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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스토리> 현대중공업도 포기한 하이닉스의 딜레마
하이닉스반도체가 2001년 8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된 지 꼭 10년만에 ‘현대가(家)’로 복귀할까 싶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8일 하이닉스 지분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발표했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는 ‘국민주’로 불릴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가장 활발한 종목이다. 10년만에 든든한 대주주를 만날 것이란 기대가 높았던만큼 시장의 실망도 커 보인다.

사실 현대중공업의 인수포기는 이해가 간다. 궁합이 그리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여력이야 충분하지만, 인수 후가 문제다. 반도체는 주기적으로 막대한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시황은 들쑥날쑥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사업다각화를 통해 경기에 민감한 조선부문을 줄이고, 비조선 부분을 키워왔다. 반도체가 추가된다면 그 동안의 노력을 상당부분 되돌림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었다. 지난 10년간 양사 실적을 보면 극명해진다.

소프트웨어도 문제다. 선박, 기계, 플랜트 등 ‘덩치’들을 만드는 현대중공업과, 미세하기 그지없는 반도체를 만드는 하이닉스는 상극일 수 있다. 중후장대가 장기였던 옛 현대그룹이 전자와 반도체를 실패한 일이나, 미세함이 장기인 삼성그룹이 삼성자동차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좋은 사례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글로벌기업으로 키우는 데 결국 성공했지만,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남은 문제는 앞으로 하이닉스 처리가 어떻게 될까인데, 답이 쉽지 않다. 외환은행 투자자금 회수가 필요한 론스타 입장는 서둘러 매각해 돈을 챙기고 싶겠지만 살 만한 곳은 안 사려고 하고 팔지 말아야할 곳들만 사려고 드는 형국이다. 국내에 팔려면 특혜가 되고, 외국에 파려니 국가 핵심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우려가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함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또다른 ‘빅 딜’ 대상이었던 쌍용차가 연달아 두 번이나 주인을 잘 못 사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하이닉스의 기업가치에서 미래가치, 즉 성장가치는 배제하는 게 옳다. 현재 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을 보면 PBR이 2배에 달하고, 작년 영업이익 기준 PER로는 5배에 달한다. 하이닉스보다 훨씬 나은 삼성전자의 PBR이 1.3배, PER이 5배 미만이란 점에서 결코 싸다로 말하기 어렵다. 반도체 시황 역시 그리 썩 우호적이지 않다. 하이닉스는 모바일 혁명의 수혜 품목인 NAND플레시 점유율도 하향추세를 그리고 있는 D램만 같지 못하다. 게다가 삼성그룹이 반도체가 아닌 다른 산업들로 신수종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하이닉스반도체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중공업의 인수포기로 포지션은 정해졌다. 현대중공업 매수(long), 하이닉스반도체 매도(short)다. 아울러 하이닉스반도체를 장기투자종목에 올려 놓은 투자자라면 꼭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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