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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곶’ 원일 감독 “산조는 키스자렛같은 음악이죠”
“산조(기악독주곡)는 마음이 중심이 되는 음악입니다. 기교는 따라가는 거죠. 대가의 음악이란 손놀림이 빠르다는 관점이 아니거든요. 키스 자렛을 보세요. 음악을 갖고 놀잖아요. 스스로 음악 속 깊이 들어가서 관객이 따라오도록 하죠. 산조가 바로 키스 자렛 같은 음악이에요.”

산조와 시나위, 굿 음악을 모태로 우리 음악을 들려주는 바람곶의 원일(44) 예술감독.

그는 국악이 마치 키스 자렛의 즉흥연주와 같은 자유분방함을 지닌 음악이라고 했다. 원일 감독과 지난달 29일 서울 평창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요즘 음악은 복제된 것이 전승되고 법칙과 손기교가 중심이 되지만, 우리 음악은 마음이 이끄는대로, 리듬 안에서 자유를 갖는 음악입니다.”


원 감독은 국악의 매력으로 “일종의 미래 음악”이라며 “인간의 감각과 감정, 희로애락 등이 중심이 된다. 서양 음악에 비해 좀 더 정신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음악”이라고 했다.

또 “서양음악은 작곡가의 음악이라 짜여진 기호가 정확하게 있지만 국악은 형식이 있고, 그 형식 안에서 자유로운 음악이다. 관객의 리액션이나 연주자의 컨디션에 따라 음악이 달라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양 악기에서 들을 수 없는 다양하고 유연한 음색도 장점이다. “오보에 ,클라리넷 등은 음을 꺾고 휘고 하는 플렉서블한 음은 없죠. 하지만 가야금, 거문고는 현의 진동을 통해서도 소리를 낼 수 있어요. 음은 직선이 아닌 곡선이 되고, 비선형적인 음색이 넘치죠.”

그는 국악하면 늘 등장하는 ‘국악의 대중화’라는 구호에 반기를 들었다.

“ ‘이 음악은 대중이 좋아할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대중을 지향하면, (음악 자체의) 칼날이 무뎌지는 거죠. 대중성을 갖춘 음악이라면 모든 이들이 쉽게 느낄 만한 통속성을 지녀야 하는데, 그렇게 맞추려면 진지하게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오는 9일부터 열리는 ‘제2회 여우樂(락) 페스티벌-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에 참가하는 바람곶의 예술감독인 그는 국악 페스티벌을 통해 서양음악과 다른 우리 음악의 매력에 빠져볼 것을 제안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바람곶을 비롯해 공명, 들소리, 토리 앙상블 등 모두 4개 팀이 참가한다. 여기에 크로스오버 음악가인 양방언이 특별 손님으로 참여한다.

이번 여우락 페스티벌은 온갖 소리의 성찬이 차려진 ‘고급 뷔페’다.

원 감독은 “대중과 진정한 소통을 하는 ‘들소리’, 아기자기한 국악의 ‘공명’이 있고 완전히 자유로운 공간으로 해방시키는 ‘토리앙상블’, 소리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려면 ‘바람곶’을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제2회 여우락 페스티벌=7월 9~23일,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02)2280-4114~6

<조민선 기자@bonjod08>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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