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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님 제발...냉방이 두려운 그녀들
#버스로 출퇴근하는 김모(25)씨는 환승을 포함해 하루동안 4대 이상의 시내버스를 탄다. 버스 성능이 개선되면서 예전에 비해 냉방이 양호하긴 하지만 어떤 버스를 ‘골라잡냐’에 따라 김씨가 체감하는 실내 온도는 천양지차다. 어떤 버스는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방을 세게 하는가 하면, 어떤 차는 덥고 습해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흐른다. 김씨는 버스 탑승 전에 냉방이 부디 ‘자기 스타일’과 잘 맞기를 기원한다.

여름철 무더위와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시민의 발’인 버스를 이용하는 이들 중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내 적정온도에 대한 의무규정이 없을 뿐더러 지하철과 달리 지상 운행이라는 특성으로 냉방 가동이 지극히 자의적이라는 지적이다.

버스 냉방에 대해 승객들의 불편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운전기사에게 에어콘 가동을 전적으로 맡기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실내 적정온도로 28도를 권장하고 있지만 버스 업체로서는 지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메트로버스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적정온도를) 유지하라고는 하지만 버스기사의 재량에 맡긴다”며 “차내 온도계가 없고, 문을 자주 여닫기 때문에 유지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연비 개선차원에서 되도록 (에어콘을) 적게 틀라고는 한다”고 덧붙였다. 간선버스를 운행하는 한국 BRT 관계자도 “운전자들이 자체판단해서 가동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승객으로서는 온전히 운전 기사의 취향과 자신의 스타일이 일치하는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대학생 이지연(22)씨는 “버스 온도가 왔다갔다 한다”며 “더울 땐 안 틀어주고 추울땐 너무 추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시민들의 또 다른 발인 지하철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편이다. 차내 온도계가 없는 버스와 달리 지하철은 칸마다 온도계가 설치돼있고 자동 온도조절 시스템이 구축돼있다. 서울도시철도 관계자는 “여름철 냉방온도를 23도에서 24도로 설정해둔다”며 “설정온도와 차이를 보이면 자동으로 에어콘이 가동되거나 차단된다”고 말했다.

승객입장에서는 전체냉방으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냉방칸과 약냉방칸도 구분돼있어 골라탈 수 있는 지하철이 ‘편리하다’는 의견이다.

회사원 유모(31)씨는 “지하철은 약냉방칸을 골라탈 수 있어 좋다”며 “개인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는데 버스 기사아저씨께 나한테 맞추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자동 온도감지나 조절이 되는 차량을 개발하는 것은 당장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용객의 민원이 접수되면 기사들을 상대로 에어컨을 적절히 가동할 것을 교육하도록 회사에 통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0>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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