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쓴 ‘도시의 승리’의 원본이 출판된 것은 2011년 2월이니, 이 심포지엄이 끝나고 5개월 후다. 만약 그보다 일찍 이 책이 출판돼 심포지엄 전에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면 나의 발표 내용이 달라졌을까? 아마도 대전제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지만, 흥미로운 사례나 통계를 보강할 수는 있었을 듯하다. 그 정도로 이 책의 내용은 나를 비롯한 오늘날의 건축가들이 도시와 건축의 미래를 바라보는 특정한 시선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는 도시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도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도시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실증적으로 설명해 나간다.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1/07/01/20110701000023_1.jpg)
이 모든 것을 경제학적 관점 자체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물론 어불성설이다. 다만 그 관점이 좀 더 정교하고 세련될 필요는 분명히 있었다. ‘도시의 승리’는 바로 그것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와 같은 건축가들로 하여금 관심을 두게 한다. 저자가 제인 제이콥스라는, 도시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소중히 다루는 도시연구가의 이론에 일단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의 하나다. 저자의 입장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스스로 전원생활자가 된 자신의 삶이 통념과 달리 매우 비환경친화적이라는 고백을 하고 있을 정도의 자기성찰이 있기도 하다. 그는 외통수도 아니고, 순진하지도 않으며, 더더구나 덤벙대지 않는다. 지겨울 정도로 통계를 인용하는 전형적 미국 학자풍의 글쓰기가 결코 우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는 과학적 객관의 틀 안에서 움직이려 한다.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도시가 전원보다 더 환경친화적일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아마도 많은 독자를 놀라게 할 것이다. 그러나 미시적ㆍ단기적 관점이 아닌, 위에서 언급한 거시적ㆍ장기적 관점에서 환경 문제를 바라본다면 금방 이해가 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즉 교외에 새로 지어진, 그 안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인근 대도시로 출퇴근하는 소위 ‘탄소 제로’의 전원마을보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 사이에서 일상 대소사를 걸어다니며 해결하는 고밀도의 도심이 더 ‘그린’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또 다른 도시의 자산은 바로 사람이다. 그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무모하게 건물을 계속 지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하드웨어 만능주의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 있다고 생각했던 경제학자의 입에서 나오고 있음에 대해 역설적으로 상쾌한 해방감마저 느낀다. 이 책을 계기로 도시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더욱 풍성해질 것을 기대한다.
황두진/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