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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도 사랑도’…성공의 길목에 선 ‘동안미녀’
이제 사랑만이 남았다. 나이는 서른넷, 학력은 고졸, 신분은 신용불량자, 직업은 가까스로 정규직 디자이너인 이소영(‘동안미녀’ ㆍKBS2)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한때 방송가를 장악했던 ‘골드미스’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는 그저 현실의 밑바닥에 발을 붙인 30대 중반이다. 내세울 만한 대학졸업장도, 든든하게 뒷받침해줄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맥이라도 탄탄해 살아가기 수월할 인생이었던 것도 아니다. 어차피 현실은 80만 청년실업시대, 드라마는 그 현실에 나란히 보조를 맞출 스펙도 배경도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하나를 더한다면 너무 평범하지만 사연과 굴곡이 지나치게 많은 여자의 이야기다.

드라마는 현실의 옆자리에서부터 시작해 ‘산 넘어 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 여자’ 이소영, 동생에게 빌려쓴 나이와 이름으로 위장취업을 했고 중학교 졸업식날 엄마에게 선물받은 새옷을 입고 디자이너로의 꿈을 키웠다. 위장취업이기에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을 불러왔다. 거짓말로 일군 세상이지만 그 안의 이소영이 사는 방법은 진심이었다. 뒤늦은 꿈을 향한 진심, 그 꿈을 포기하며 지켜야했던 가족을 향한 진심, 거짓이 준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진심. 그 진심은 통했다.

드라마는 총 20부작, 이제 두 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 이소영(장나라)의 성공 스토리는 윤곽이 잡혀 마무리 선만 이어나가면 되는 상황이다.

잿빛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던 이소영은 진실을 밝혔고, 꿈을 찾았고, 그 꿈을 이뤄갔다. 그 사이로 넘어가는 고개 고개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장애들이 있었지만 ‘약간의 절망’과 ‘끝모를 자책’을 넘겨주면 그 고비는 언제든 넘어설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살만 하니 또 죽는 것’이냐는 비판(디자이너로 안정을 찾으려던 소영에게 ‘기쁨도 잠시’ 후천성 색약이 찾아온 것)이 컸다. 매순간 예측가능한 다음 컷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한 번 ‘삐긋’하니 유치하고 뻔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드라마의 명확한 의도와 현실밀착형 스토리에 깊은 공감을 하는 시청자들의 눈에도 들여다보일 과거 회귀형 코드였다.

‘동안미녀’는 그럼에도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 꺾여버린 무수한 청년들, 잿빛 하늘을 안고 살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점만은 분명했다.

이제 끝을 향해가는 드라마는 늘 작아지기만 하는 이소영에게 ‘자신감’이라는 명약을 주고, 궂은 비 속에서도 꿈을 이룰 배를 띄어줬다. 다만 사랑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무려 일곱살이 어린 연하남(최다니엘, 최진욱 역)의 아버지는 소영의 현실, 그녀의 부모를 이유로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한다. 장애가 없다면 사랑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드라마는 정해진 수순을 밟아가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 상황에 튀어나온 복병은 소영이 근무하는 회사의 사장(류진, 지승일 역)이기는 하다. ‘사장님’이거나 ‘현이아빠’이기를 거부한 소영의 최대 조력자가 끼어들며 드라마의 마지막 삼각관계가 뚜렷해진 상황이지만 이제 드라마는 일도 사랑도 모두 얻어내는 해피엔딩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의 바람 또한 거기에 닿아있다.

15.1%(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미녀’는 현재 마지막 두 회만을 남기고 비루한 현실에도 꿈꿀 수 있는 희망이라는 이름을 새기기 위한 한 여자의 성공 스토리에 마지막 색을 입히는 중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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