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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기후의 습격...올해 사상최악 자연재난의 해 전망
#‘1.지난 27일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트로카데로 광장. 근처 분수대가 때이른 수영장으로 변했다. 이달 들어 파리 최고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한 가운데 시민들은 분수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는데 여념이 없었다. 파리의 수온주는 연일 35~40도를 오르내리며 초여름인 6월부터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2.대서양 건너 미국. 미주리강 상류지역에는 최근 몇 주간 한해 강수량에 달하는 30cm의 폭우가 쏟아져 사상 유례 없는 호우피해를 입었다. 지난달에는 미주리주에 60년만의 시속 320Km, 폭이 무려 1.6Km나 되는가장 강력한 토네이도가 덮쳤다. 미주리주 조플린시는 시의 30%가 폐해가 될 정도로 강력했다.

#3.태평양 건너 한국. 지난 26일 한반도에는 때아닌 태풍이 찾아왔다. 올해 다섯 번째로 발생한 태풍 메아리는 6월 태풍으로는 이례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피해는 크지 않지만 6월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1963년 6월 부산에 상륙한 셜리 이후 48년 만이다.옆나라 일본은 세계에 4번째로 진도 9.0의 강진과 쓰나미가 몰려와 2만2000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고 우리돈으로 226조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상흔은 아직도 여전하다.

‘당신이 홍수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 폭염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전문가의 말처럼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설과 한파, 홍수, 가뭄 등이 지구촌을 종잡을 수 없이 휘젓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자연 재해로 인한 난민도 한국 인구수에 육박한다. 각 나라가 관측해온 최고ㆍ최저 기온도 이미 무의미해졌다. 이상기후가 ‘이상(異常)’이 아닌 일상(日常)이 됐다는 얘기가 나올정도다.

▶이상기후의 일상화, 사상 최악 재난의 해=지난 겨울,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 북반구 전역은 폭설과 한파로 혹독한 계절을 맞았다. 올 2월, 미국 50개주 중 하와이를 제외한 49개주에선 눈이 내렸다. 유럽에서는 유례없는 폭설로 주요 공항이 폐쇄되고 대중교통이 마비됐다. 1981년 이후 최악의 한파가 덮친 영국에서는 학교 수백 곳이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폴란드에서는 기온이 영하 33도까지 떨어지면서 52명이 동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뒤이어 찾아온 봄은 100년만에 가장 더웠다. 영국과 프랑스, 스위스 등 서유럽 16개국은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가뭄을 겪다가 이달초 폭우로 강물이 범람했다. 이달말부터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한달새 극단을 오간 셈이다.

미국 미주리주에서는 지난 4월 한달동안에 토네이도가 600여차례 발생했다. 조플린시에서만 138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기록적인 폭우로 미주리강이 범람하며 최근까지도 물난리가 계속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내린 폭우로 독일과 프랑스를 합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이 침수되기도 했다.

이상기후 빈도와 강도는 더욱 세졌다. 비정부기구 옥스팜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 ’지구물리적’ 재난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홍수나 폭풍 등은 1980년대 연간 133건에서 올해는 상반기만 350건 정도로 늘어났다.올해는 사상 최악의 이상기후와 자연재난의 해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라나다가 원인, 새로운 기준 필요=기상학자들은 자연재해를 불러오는 극단적 기후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고 있다. 온난화 효과로 대기 중 습기가 증가함에 따라 엘니뇨와 라니냐가 더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라나다’(La Nadaㆍ공백)란 새 기후현상도 등장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올초부터 이어진 폭설, 토네이도, 홍수 등 미국의 이상기후 원인으로 라니냐와 엘니뇨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생긴 ’라나다’를 꼽았다. 차가운 제트기류가 하강하는 것을 억제해온 라니냐와 엘니뇨가 사라지면서 이상기후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연간손실액도 급증했다.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지난달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재해로 인한 연간손실액은 지난 1980년대 250억달러에서 2000년대 1300억달러로 5배 가량 늘었다.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난민수는 2009년 1700만명에서 2010년 4200만명으로 급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현상은 약 10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최근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과학자 모임인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은 최근 “더 이상 이상기후로 볼 게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삼을 수 있는 ‘뉴 노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기상이변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과 후회만 하지 말고 정확한 기상예보 시스템과 재난대비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일상적인 기후에 대해 새 기준을 만들 때가 왔다는 얘기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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