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물류기업인 대한통운 인수를 놓고 포스코ㆍ삼성SDS 컨소시엄과 CJ그룹이 맞붙었다. 뒤늦은 삼성의 개입으로 2파전으로 정리된 대한통운 인수전은, 채권단의 가격-비가격 요소 평가 결과를 기초로 늦어도 29일까지 조기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CJ는 일가(一家)인 삼성이 뒤통수를 쳤다며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공격도 마다않고 있다. 자문사였던 삼성증권을 상대로 소송도 예고했다. 삼성과 CJ가 감정의 ‘루비콘 강’을 건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CJ의 공세가 너무 투박하다”며 삼성SDS의 대한통운 인수 가세는 어디까지나 계열사의 전략적 판단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CJ가 탐냈던 대한통운 인수에 삼성이 뛰어든다는 것은 삼성-CJ의 대결구도를 의미한다는 것을 삼성 측이 몰랐을 리가 없다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의 의중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뜻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긴박하게 진행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집안 대결을 불사할 정도로 대한통운의 가치가 컸던가라는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론 대한통운에 대한 포스코, 삼성, CJ의 목표점은 동일하다. 물류 쪽을 대폭 키움으로써 보장되는 ‘글로벌 물류시너지’를 그룹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통운 인수 후 ‘큰 그림’ 측면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업계에선 삼성SDS를 앞세운 삼성의 대한통운 인수전 가세는 ‘후계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하면 반도체가 떠오르듯, 이재용 사장에게도 뭔가 상징적인 이미지가 필요했고, 물류가 그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반도체 세대였지만, 이 사장 시대는 ‘친환경 기반의 신성장’일 것”이라며 “에너지, 자원, 풍력, 연료전지 등을 망라하는 포스코는 분명 매력적인 파트너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물류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신성장 사업 창출의 임무가 이 사장에 맡겨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과 포스코 창업자 청암 박태준 전 포철회장의 남달랐던 친분관계도 삼성그룹 미래를 위해 포스코와 손을 잡는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큰 그림은 ‘글로벌 자원전쟁’에서의 최종 승자다. 대한통운 인수로 물류부담을 대폭 낮춰 이를 자원전쟁의 최대 무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철강업체에서 글로벌톱으로 도약하려면 물류비 부담을 통한 철강제품 경쟁력 극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초점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올 초 한 포럼에서 “올해 투자비 7조3000억원 중 2조원을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인수ㆍ합병(M&A)에 사용할 것”이라며 “물류비는 제철 사업의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모든 제철사들이 물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 것도 대한통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CJ는 인수전에서 승리하게 되면 CJ쪽 물류사업(GLS) 부문과 대한통운 부문을 합쳐 2020년까지 20조원의 매출을 달성, 물류 부분 글로벌 톱10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CJ가 그룹 성장 사운을 걸고 대한통운 인수에 매달려온 이유이기도 하다.
CJ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물류를 지향하고, GLS는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물류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합쳐지면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은행, 노무라증권 등 매각 주간사들은 이르면 28일, 늦어도 29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주당 17만원이 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조6000억원~1조7000억원에 해당한다. CJ도 이와 비슷하거나 다소 밑도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
<김영상ㆍ신소연ㆍ도현정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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