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등 무방비 방치
마약류 중독자 대부분이 사법기관으로부터 치료를 권유받은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세계 마약퇴치의 날’을 기념해 발표한 ‘2009년 마약류 중독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필로폰, 대마초 등 마약류 중독으로 수감되거나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성인 마약류 중독자 523명 중 83%가 사법기관에서 치료를 권유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 중 70%는 마약 중독에 따른 불안ㆍ우울 증상이 심각함에도 신경정신과 방문 및 치료 경험이 전무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2009년 4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전국의 성인 마약류 중독자 5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마약 사용자에 대해 전국 단위로 보고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자는 0~9단계까지 나눠진 심각도 측정 결과 평균 6~7에 달하는 ‘상당한 문제’의 상태로 전체 중 70%는 현재 보호관찰, 집행유예, 가석방 상태로 마약 재투약 가능 상황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투약에 따라 나타나는 우울ㆍ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치료도 전체 중 70%가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
또 약물 중독자 중 절반 이상(53.1%)은 약물을 끊기 위해 ‘혼자서 노력’하며, 단약 기간도 평균 2.7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도 이 중 63.9%가 만성적인 신체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치료를 위한 약처방(31.5%)이나 신체장애로 인한 보조금(3.4%)을 받는다는 비율은 극소수에 그쳐 정부 및 관련 단체의 체계적인 치료 및 재활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