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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nnabe Job]방송기자
<정유나 대학생 기자>기자란 어떤 사건을 장식 없이, 누락 없이, 분명하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 했는지를 추적한다. 이 육하의 세계에서 진실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을 누비는 방송기자를 만나봤다.

#1. 미디어와 뉴스보도

현재 진행하는 ‘미디어비평’은 어떠한 프로그램인가요?

크게 세 가지로 보면 됩니다. 먼저, 보도비평으로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기사가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를 분석해서 시청자에게 기사의 의도를 알려주는 겁니다. 여기서 옳고 그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시청자가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음으로 미디어비평에서는 취재윤리를 다룹니다. 취재윤리란 쉽게 기자에 대한 비평이라고 보면 되는데, 언론의 취재관행, 보도행태 대한 분석이죠. 마지막으로 언론 동향,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정리해서 시청자에게 알려줍니다. 이렇게 세 가지를 제작 아이템 주제로 잡고 매주 방송하고 있습니다.

기자라 하면 보통 9시 뉴스에 나오는 기자를 떠올리게 됩니다. 시사프로그램, 탐사보도 기자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다 같은 보도본부 식구들이에요. 9시 뉴스는 보도국에 소속된 데일리 뉴스 담당 기자가, 시사프로그램과 탐사보도는 시사제작국에 소속된 기자가 만들죠. 기자는 순환인사로 부서를 바꿔가며 근무를 합니다. 데일리 뉴스를 하다가 시사프로그램을 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거죠.

데일리 뉴스는 매일 방송되고 리포트 당 1분 20초~2분 정도로 호흡이 짧습니다. 현안을 발 빠르게 전달하는 게 목표죠. 1분 30초의 리포트를 만드는 데 하루가 걸립니다. 이와 반대로, 시사프로그램은 매주 방송을 합니다. 추적 60분과 같은 탐사보도는 만드는 데만 2~3개월이 소요됩니다. 방송에서 하나의 주제를 한 시간 동안 풀어 나가기 위해선 시간이 꽤 걸려요. 시청자는 매주 방송을 본다고 하더라도 기자에게는 몇 개월간의 취재시간, 몇 배의 노고와 끈질긴 추적이 필요한 겁니다.

언론은 매체 간 보도 경쟁이 상당히 치열합니다. 방송 기자는 더할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시청률 경쟁을 심하게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에요. KBS가 20%, SBS 10%, MBC 9%로 격차가 벌어졌죠. 일부 언론에서 가십성 뉴스나 선정적인 뉴스를 보도하지만 이런 행태는 지양해야 합니다. 정통 뉴스로 중심을 잡고 보도해야 합니다.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은 무시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보지 않는 뉴스가 되어선 안 되겠죠. 2000년도만 해도 9시 뉴스 시청률이 30%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의미가 없어요. 뉴스의 질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합니다. 속보성과 심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뉴스가 변화해갈 겁니다. 특종을 잡으려는 경쟁보다 시청자들에게 빠르게 상황을 전달해줄 수 있느냐, 즉 속보전쟁이 전개될 겁니다. 한편으로는 아이템을 깊이 있게 다뤄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심층성을 높여야 합니다. 시청자에게 외면 받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검토하고 노력할 문제에요.

최근 언론 환경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 뉴스에 끼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리라 예상합니다. 뉴스보다는 우선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드라마나 예능에 주력할거라고 생각해요. 몇 십억의 자본을 투자해 뉴스로 승부를 보지는 않을 겁니다. 종편이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난 이후에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볼 순 있겠죠.

SNS(트위터, 페이스북 등)와 같은 뉴미디어로 인해 뉴스 보도 방식에도 변화가 있습니까?

뉴미디어의 장점은 속보성입니다. 하지만 신뢰성이 약해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많습니다. 언론은 게이트 키핑과 같은 검증 시스템이 있지만 개인이 운용하는 뉴미디어는 그렇지 않죠. 신문이나 방송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속보성은 방송이나 신문이 따라갈 수 없는 측면이 있어요. 뉴미디어로 인한 뉴스 변화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심층성을 강화하는 것과 뉴스 중간에 시청자 의견을 트위터로 소개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선거방송도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바뀔 거예요. 기존 언론이 뉴미디어와 경쟁하기 보다는 뉴미디어를 방송에 활용하는 겁니다.

이승기(43)
1994년 KBS 공채 21기 방송기자로 입사
사회부를 거쳐 기동취재부, 문화부, 건설교통부, 교육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각 부처 출입
2009년 3월~현재 KBS 1TV <미디어 비평> 앵커
2007년~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멘토 자문위원 교수
2010년 5월부터 한국장학재단 멘토위원으로 활동
미래의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방송뉴스보도」등에 대해 강의

#2. 기자, 그 치열한 세계

어떠한 계기로 기자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고3 때 기숙사에 있는 친구가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해서, 기자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법대나 경영학과를 가고 싶었다가 우연찮게 전공을 신문방송학으로 택했죠. 밑바탕에는 기자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군대 갔다 와서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게 현실로 다가왔고, 93년부터 1년간 KBS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어떠한 역할을 하나요?

기자와 카메라 기자, 오디오맨, 운전기사가 한 팀이 되어 현장에 갑니다. 기자는 배의 선장과도 같아요. 배가 순항할 수 있도록 선장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기자는 취재 아이템과 장소를 선정하고 현장에 가서 카메라 기자에게 상황을 설명하죠. 카메라 기자를 잘 설득해 원하는 화면을 얻는 건 기자의 능력이에요. 카메라 기자가 후배라면 편하겠지만 선배라면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기 곤란할 수도 있으니까요. 촬영이 끝나면 카메라 기자와 상의해서 편집을 합니다.

기자는 업무강도가 세고,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할 정도로 고된 직업 중에 하나로 꼽힙니다.

사회부 기자는 기자가 되기 위한 필수 관문입니다. 입사 후에 누구나 경찰서 출입 기자를 거치는데, 극한 인내심을 시험하죠. 잠도 부족하고 술도 겁나게 많이 마시고 끼니때마다 챙겨먹지 못해서 과식하고. 그래서 살이 쪄요(웃음). 아침 7~8시 전에 출입처에 나가서 취재하고 캡(경찰기자 최고 선배)에게 보고 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지시받고 9시부터 취재를 다녀요. 오후까지 취재를 한 다음에 서너 시쯤 회사로 복귀해서 4시 이후에 원고를 작성하죠. 7시부터 편집을 시작하고 8시에 뉴스를 납품합니다. 거의 하루 종일 취재를 하는 셈이죠. 시간대별 뉴스마다 리포트를 만드는 건 아니고 원고를 쓰면 여러 편집부에 기사를 줍니다. KBS 8시, 9시 뉴스에 방송을 타서 11시 뉴스라인에 기자가 직접 출연하고 다음날 아침 라디오 방송까지 하는 걸 기자들끼리 만루 홈런이라고 불러요.

올해로 경력 17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리포트는 무엇인가요?

입사해서 제가 1년차가 되었을 때 썼던 기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현장추적 리포트로 두부공장에서 폐기한 두부를 불법으로 매립하는 걸 취재했어요. 팔다가 못 팔아서 반품된 두부를 인근 야산에 묻어 놓은 거죠. 두부가 식품이어도 폐기물처리법대로 버려야 하는데 어겼으니까 불법이었죠. 그런데 제가 초짜라 취재를 부실하게 해서 야산에 묻은 건 확인을 못했어요. 업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폐기물이 아니라 퇴비로 준 거고 방송이 나가면 소송을 걸겠다고 하더군요. 오보를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9시 뉴스에 나가기로 돼 있었는데 기사를 드롭하고 후속취재를 할 것인가, 밀어붙일 것인가를 놓고 한 시간 동안 고민했어요. 현장추적은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비중있는 아이템이었는데 취재를 못하는 기자로 찍힐까봐 털어놓기도 뭐한 상황이었죠. 결국 9시 뉴스에 나갔고 그 이후에 다행히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3. 기자 지망생의 멘토

지난 몇 년간 숙명여대(1~8기)와 장학재단(1~2기)에서 멘토를 해오셨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게 있나요?

학생들이 대부분 논리적 글쓰기의 훈련이 부족해요. 자신의 생각만을 가지고 글로 쓰기 보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명확하게 대야 합니다. 방송 기사는 문장이 짧고 주제를 분명하게 잡아서  쓰는 거고 이러한 방송 기사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받으시는지.

어떻게 하면 기자가 되느냐고 많이 묻죠. 죽어라 열심히 공부하라고 합니다(웃음).

기자 지망생들이 어려워하는 게 기사작성입니다. 실제 방송기자들은 리포트를 쓸 때, 어떤 걸 염두에 두나요?

첫 번째는 주제입니다. 기자 용어로 야마라고 하는데, 얘기가 되는지 봐야겠죠. 두 번째로 화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장 화면과 여기에 더해서 CG를 만들 건지, 자료화면을 받을 건지를 생각해야합니다. 세 번째로 ‘어떻게 논리적으로 전개할 것인가’이죠. 현장 상황을 잘 정리해서 1분 30초 안에 엑기스만 전달해야하니까요. 네 번째로, 적절한 인터뷰입니다. 혼자만의 주장에 다른 사람이 공감하기는 힘들겠죠.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가의 인터뷰가 필요합니다. 이 네 가지는 기사의 종류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이중에서도 무엇을 쓸 것인가, 주제가 가장 중요해요.

좋은 기자가 갖춰야할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물을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꼭 권력을 겨냥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판적 의식은 사안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 다음으로 꼼꼼한 관찰력이 있어야 하죠. 의문을 품고 있는 관찰력이어야 해요. 이를테면 버스를 기다리면서 ‘여기는 왜 정류장이 하나밖에 없을까’를 생각해보는 거죠. 당연하다고 지나치지 않고 기억해두거나 메모해놓으면 기사의 소재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배짱과 노력이에요. 겸손한 배짱을 갖추면 좋겠어요. 기자는 밝히려는 사람이고 취재 당사자는 숨기려는 사람이에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존재하고 이걸 이겨내려면 배짱이 필요해요. 이 세 가지를 갖추고 있다면 훌륭한 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기자가 되기 위한 Tip 3. 

1. 리딩 연습을 매일 5~10분 할 것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비디오(호감 가는 외모)와 오디오(목소리)가 필수.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단신뉴스를 출력해서 매일 큰소리로 읽는 연습하라.

2. 칼럼을 읽어라

이슈별로 기명칼럼을 읽을 것. 칼럼은 한 주제에 대해 관점을 갖고 논리적으로 구성한 글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3. 시사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봐라

추적 60분, PD수첩, 미디어비평, 취재파일 4321와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시청할 것. 내용과 구성도 봐야겠지만 플러스알파도 챙겨야 한다. 세트나 카메라 워킹, 인터뷰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눈여겨봐라. 방송기자는 영화감독처럼 어떻게 시청자를 텔레비전 앞에 앉혀놓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궁리해야 한다.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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