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 권도엽 국토장관의 공통점은 정부 고위 관료지만 출장 때 저가항공의 고객이라는 것이다. 최근 항공업계에서는 정부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저가항공사(LCC)를 이용하는 바람이 불고있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저가항공사의 국내선 점유율이 40%를 넘어서는 등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 속에서 정부 고위 관료들의 탑승 소식까지 전해지져 신뢰도에 한층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21일 국토해양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경남 의령 출장길에 에어부산을 이용한 데 이어 20일에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제주에서 열린 ‘동아시아 교통학회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뒤 제주항공편으로 귀경했다.
김 총리는 당시 기상 악화로 전용 헬기 이용이 어렵자 저가항공사를 택했고, 권 장관은 제주로 갈 때는 대한항공을, 귀경할 때는 제주항공을 각각 이용했다.
이에 김종철 제주항공 사장은 직접 김포공항에 나가 권 장관에게 자사 이용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고, 권 장관은 “저가항공사를 이용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들 고위 관료들의 저가항공이용은 지금까지 관례를 봤을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고위 관료들은 예우차원에서 항상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을 합법적으로 이용 가능한 위치다. 하지만 저가항공사의 경우 모든 좌석이 일반석인데다 음료서비스도 물과 주스가 전부여서 소위 급이 맞지 않아 지급껏 이용이 없었다.
과거 모 장관의 경우 국내 출장 중 일정 혼선에 빚어지면서 당초 예약했던 일반항공 편 일등석을 이용할 수 없었을 때 바로 탈 수 있던 저가항공편 2편을 모두 거부하고 굳이 2시간 가량을 기다렸다가 일등석 탑승을 고집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총리에 이어 항공 주무 장관까지 저가항공에 관심을 보이면서 직접 이용해 보자는 공무원이나 일반인은 늘어나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공무원 출장 규정을 담은 ‘공무원 여비업무 처리기준’을 정비하면서 과장급 이하 실무자의 국내 출장 시 운항노선이 없거나 시급한 경우를 빼곤 가급적 저가항공을 이용하도록 노력하라고 규정한 바 있다.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항공 주무장관이 저가항공을 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정부의 저가항공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나라에 저가항공사가 운행된 것은 2005년 한성항공 취항 이래 6년이 지났으며, 매년 수송분담률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한 국제선 취항도 늘면서 파이를 키우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선 이용객 191만명 중 저가항공 이용자는 77만명으로 분담률이 40.2%에 달했다. 국제선의 경우 국내 저가항공사의 여객 분담률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3.3%를 기록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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