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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을 생각하라"...‘청백리 공무원’ 4인의 자기 관리 노하우
공정사회는 신기루였나. 최근 잇따라 터지는 정ㆍ재계 비리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끝인가 하니 하루에 하나씩 터져나온다. ‘대한민국이 썩었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결국 재계 총수는 물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부분은 사람들은 “살다보면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렴결백하게 사는건 그렇게 어려운 걸까. 하지만 여기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로부터 지난해 10월 제 34회 청백리상을 수상한 공직자들이다. 그 어렵다는 공직사회에서도 깨끗한 관리는 있었다. 정부는 1981년부터 매년 청렴과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타 공무원들에게 귀감이 되는 공직들에게 청백리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들은 원칙과 신념을 지키면서도 융통성 있게 일 잘할수 있다고 일갈한다. 공정하기 힘든(?) 사회, 이들 4명으로부터 청렴결백하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비결을 들어봤다.

▶“뇌물은 받아도 되는게 있는게 아니다. 무조건 받으면 안된다!”=서울시 강남구청 교통정책과에 근무하는 김종삼(44ㆍ행정 7급)씨는 돈에 대해서는 어떠한 예외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로 공직생활 20년째인 김씨는 “돈은 절대 10원도 받으면 안된다. 이건 내 불변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위에 뇌물받아서 처벌받는 동료들 보면 처음 한번이 무섭더라. 그들도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한번에 무너지니 그 다음은 습관화 된거더라”며 부패 동료들을 되레 ‘타산지석’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의는 무시하지 말아달라는 사람들까지 거부하긴 쉽지 않다. 그는 “거절에도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받으면 도움 되지만 이거 하나 받으면 나중에 안받아도 될 것까지 받게된다. 이해해달라”고 우선 정중히 거절한 뒤 “정 주시고 싶으시면 사회복지 시설에 기부해십시오”라고 한단다. 내부 청탁도“이것은 ~점을 보완해야지 청탁으로 극복하시면 안됩니다”며 대신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했다. 김종삼씨는 “처음엔 너만 튀게 왜 그러냐는 동료들의 비난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레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편해졌다”면서 “처음이 힘들지 원칙을 지키고 사는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며 웃음을 지었다.

▶“일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면 된다”=3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직을 2년 남짓 남겨둔 임종대(58ㆍ경북 행정 6급)씨는 사람들이 유혹에 무너지는 까닭에 대해 “자신이 일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꼭 일을 ‘해결’해줘야 대민서비스를 잘하는 게 아니다”라며 “원칙과 본분을 지키면서도 대민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바로 해결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대부분 해결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뇌물과 청탁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라면서 “농지매입 가능하게 해달라는 청탁에는 안되는 이유와 농지매입이 가능한 다른 지역과 농지매입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식으로 대처한다”고 자신의 거절 노하우를 털어놨다. 처음엔 불쾌해하던 이들도 나중엔 고개를 끄덕이며 발길을 돌린단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는 없다. 되면 다되고 안되면 다 안된다’는 신조로 일해온 그에게도 난감한 상황은 있다. 바로 연세지긋한 어르신들이 와서 부탁을 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럴 경우도 예외는 없다. 귀가 어두운 어르신에 맞춰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 밖에. 임종대 씨는 “공직생활이 2년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면서 “저 사람 괜찮다”란 평가를 듣고 퇴임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인간으로서 흔들릴 땐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자고 다짐했다”=제주시 아라동 주민센터장인 김영문 (55ㆍ제주시설 6급)씨는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자신은 그냥 공직자란 본분에 맞춰 사는 것 뿐인데 대단한 사람인양 칭찬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씨는 “공무원이 처음 됐을때 세운 원칙이 있었다. 바로 내 자식들에겐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는 거였다”면서 “인간으로서 간혹 흔들릴때도 이 결심을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를 지켜왔다. 그리곤 생활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제주도는 지역사회가 좁아 비리가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절대 아니다. 더 잘 눈에 띈다”면서 “가족처럼 어울어져 있는 사회이다보니 자식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도 부끄럽지 않는 공직자가 되자란 생각에 더욱 청렴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청탁과 뇌물 없는 인맥관리의 비법은 뭘까. 그는 사람을 대할 때 내가 진실한 마음을 지니면 상대방도 날 편하고 진정으로 대해준다”면서 “뇌물로 유혹하거나 청탁 넣으려던 사람도 결국 스스로 말하길 포기하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봉급이 적으면 적은대로 살면 된다, 공무원 아닌가”= 김영래(57ㆍ 전북 공업 6급)씨는 “본분에 넘치는 욕심을 버리면 유혹에서 초연해질수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검은 유혹에 흔들리는 것은 결국 개인의 욕심 때문”이라며 공무원 월급이 박봉이면 박봉에 맞춰 살면된다. 처음부터 공무원 월급이 박봉인거 모르고 된건 아니지 않나”고 되물었다. 그는 “공무원은 명예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소탐대실의 어리석음을 잘 알고 있기에 나름 깨끗하게 살아올 수 있었다”며 “부탁을 안들어주면 섭섭해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어쩔수 없는 거다. 내가 해야할 일은 말 안해도 해주고, 안해야 할일은 부탁해도 안해주는 것이 맞다”며 강한 소신을 전했다.

그래도 인맥관리가 될까. 그는 자신의 인맥관리 비법으로 ‘생각나면 전화하기’를 꼽았다. 김씨는 “무슨 때만 되면 전화하는게 아니라 그냥 생각나면 전화 한 통해서 안부를 묻는다”면서 “돈 들지 않고 간단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크게 감동한다”며 미소지었다.

<사회부@hhj6386>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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