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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D 유족동지회 “국방부 테러 불사” 파문…되살아 나는 가스통 시위 트라우마
“보상기한 연장·대상자 확대

성의 없으면 본때 보여줄것”

14일부터 국방부 등서 시위

경찰 “2002년 재연” 부심



지난 15일 오후 9시30분께 서울 한남동 국방부장관 공관. 이곳에서는 김관진 장관 주재로 주한미군과 국방부 장교들이 함께하는 정례 만찬행사가 열렸다.

만찬이 끝나고 공관문이 열리며 BMW 한대가 문을 나서는 순간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카니발 차량 한대가 그 앞을 막아선 것이다. 갑작스런 소동에 당황한 경찰들이 뛰어오자 카니발 차량은 잠시 물러서 길을 비켜주는가 싶더니만 BMW가 달려나가자 굉음과 검은 연기를 뿜으며 그를 추격했다.

10분쯤 흘렀을까. 돌아온 카니발 차량에서는 군복바지에 어두운 색 티셔츠를 입고 군화를 신은 한 남자가 뛰어내렸다. “(국방부 사람이었으면) 차로 받아버리려고 따라갔는데 타고 있는 게 미군이라서 돌아왔다”는 살벌한 말을 남겼다.

그는 과연 누굴까. 이 사람은 바로 북파공작원(HID) 유족동지회의 하태준 회장이었다. 하 회장은 16일 “앞으로 국방부의 성실한 태도가 없으면 조만간 테러하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2002년 이른바 화염 가스통 시위를 벌여 파장을 일으켰던 HID 동지회가 다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이 이렇게 격앙돼 있는 것은 2004년 만들어진 ‘특수임무수행자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해진 전사 확인, 유족등록작업, 그리고 보상급 지급 기한이 오는 10월 말로 만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와 관련해 “민간 신분으로 북파된 사람들이라 확인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미혼으로 북파돼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직계존비속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라 8000여명의 동지 중 800여명만 지원받고 있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보상ㆍ확인 기한을 연장하고 보상금 수급 대상도 형제 자매까지 확대해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방부가 국회 법안 심의소위원회에 “형제 자매에 대한 연금 지급을 반대한다”는 서안을 보내면서 자신들을 막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에 항의해 지난 14일부터 국방부 정문 면회소 등지 앞에서 ‘침묵 시위’를 하며 국방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방부가 성의 있는 반응을 하지 않을 경우 국방부 장관 출근 저지 투쟁 등에 나서는 등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자칫하면 지난 2002년 가스통에 불을 붙여 의경들에게 화염방사를 하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하던 이들의 모습이 10년 만에 국방부 청사쪽에서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 회장은 “17일 국회에서 안경률 의원이 발의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심사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며 이날은 국회에 참석해 보훈처 등의 자료를 직접 반박할 예정이다”며 “이번달 말까지 우리의 요구사항을 담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의 격렬 시위에 ‘트라우마’가 있는 경찰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15일 시위에는 용산경찰서 서장 이하 동원 가능한 전 직원들이 국방부 앞으로 나가 상황을 지켜보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2002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번 시위가 수습되기 전까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현ㆍ박병국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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