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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머니스토리]연쇄충격 우려속 구제금융 기대...리먼과 닮은듯 다른 그리스
주 초부터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추락하면서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 것이란 우려가 시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의 반응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리스와 리먼브러더스는 같은 듯하지만, 실상은 꽤 다르다.
닮은꼴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도미노의 첫 막대(bar)가 될 가능성 때문이다. 그리스 국채는 유럽의 다양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가 지급불능(default)에 빠지면 관련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 그리고 그 금융기관과 연계된 다른 금융기관이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게 된다.
부실을 떨기 위해 보유자산을 매각하고,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재확충(recapitalization)을 해야 한다. 자산가격 폭락(deplation)과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는 겉모습일 뿐, 속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크다. 먼저 그리스는 정치집단인 국가다.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 같은 민간기업과 달리 부도를 내더라도 분리매각되거나 청산되지 않는다.
둘째, 유럽의 은행들은 규모가 상당하다. 일부 대형 은행들은 국가 GDP보다 자산이 많을 정도다. 게다가 리먼브러더스 같은 투자은행(IB)이 아니라 상업은행(CB)이 대부분이어서 그리스 사태로 충격을 받을 경우 자칫 뱅크런(bank run) 같은 치명적 연쇄반응 우려가 있다.
셋째, 미국발 금융위기로 기초체력이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유로존이 그리스 부도의 여파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엄청난 돈을 더 찍어내야 하는데,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을 추락시킨 배경은 뭘까? 압박용 또는 경고용이 아닐까 싶다.
유로존은 구제금융의 대가로 그리스 내부적으로도 긴축 등 고통 분담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리스 내부에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여전하다.
그리스는 역사적으로 도시국가로 분열된 적이 많고, 로마와 이슬람 등 타 민족에 지배를 받아온 기간도 길다.
하지만 고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는 단합해 승리를 거두는 등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면 저력을 발휘한 적도 많다.
채권자들로서는 사실상 부도의 초입인 신용등급 하락을 통해 그리스의 고통분담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스 신용등급 추락 소식 단 하루 만에 유럽과 미국증시는 반등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우려를 줄여주는 지표들 덕분이 컸다. 경기만 회복되면 그리스를 부도로까지 내몰지 않더라도 구제금융을 통해 점차 회복을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의 반증이다.
그리스의 주력 산업인 관광, 해운 등은 경기민감 산업이다. 글로벌 경기만 살아난다면 그리스 연착륙이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3분기까지 일단 그리스 처리방향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글로벌 증시의 뱃머리가 향할 곳이 정해질 시기도 그때일 듯하다.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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