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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탄이 자살 도구로 전락하다니…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을 만들어주던 ‘연탄’은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리곤 했다. 그 연탄이 언제부턴가 현대인의 손쉬운 자살도구로 애용(?)돼 전염되고 있다.

건설현장식당(함바집)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던 임상규(62) 순천대학교 총장(전 농림부장관)이 13일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역시 연탄불을 피워 유독가스에 질식한 것이었다.

지난달에는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소속 선수 윤기원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같은 수법으로 목숨을 끊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관련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때여서 연관설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쌍용자동차 해직 근로자 조 모(37) 씨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차량에서 연탄으로 자살했고 얼마전에는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는 직원도 자녀문제로 고민하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주차장에서 같은 방법을 사용해 목숨을 끊었다.

“연탄의 이런 쓰임새에 대해 보다 일찍 알았더라면…”이라는 후회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장에 600원 남짓하는 연탄이 고귀한 생명 하나를 영원히 잠재운다.

수면제 몇 알 값도 안되는 저렴한 방법인데다 뒤늦게 발견되더라도 유독가스라는 치명성 때문에 손쓰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 자살을 마음 먹은 사람들에게는 깔끔해보일 수 있다.

이런 위험성이 바로 현실화 됐다. 지난 2일 경북 성주군에서 동반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30대 남녀 4명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이들이 타고 있던 승합차는 문틈이 청테이프로 밀봉됐었고 안에서 타다남은 연탄과 아직 태우지도 못한 연탄도 7장이나 함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이들로 승합차를 렌트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각자 유서까지 작성하고 삶을 마감한 이들이었다.

담배 한 갑, 소주 한 병을 살때도 주민등록증을 확인해야하는 세상인데 결과적으로 저렴한 자살도구로 사용되는 연탄을 살 때는 아무 제약도 받지 않고 있다.

험한 세상으로 인해 장차 연탄 구입에도 실명제를 도입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법개정이 필요할 날이 다가오는 듯 하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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