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재릿은 전조…론 카터, 비제이 아이어 등 거장 잇단 내한=작년과 올해 재즈계에는 “내한 공연이 이렇게 풍성했던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에도 역사적인 서울 솔로 콘서트(6월 2일)를 연 재즈 피아노 거장 키스 재릿을 위시해 이름은 낯설지만 유럽 재즈 신에서 ‘핫’한 뮤지션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고 있다. 미국의 베테랑 재즈 피아니스트 케니 워너(59)가 재릿과 같은 날, 벨기에 출신으로 유럽 재즈계에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에릭 레니니가 지난 4일 각각 첫 내한 무대를 꾸몄다. 10일과 11일에는 미국 재즈계에서 최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인도계 피아니스트 비제이 아이어가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오는 21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전설적인 베이시스트 론 카터(74)의 첫 내한공연도 재릿 콘서트를 잇는 기대작이다. 60년대부터 마일스 데이비스, 허비 핸콕, 웨인 쇼터 등과 음악적 교류를 한 거장으로 통한다. 트리오로 대동하는 기타리스트 러셀 말론, 피아니스트 머글루 밀러도 차세대 스타들이다. 같은 날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는 미국 재즈 보컬리스트 헤일리 로렌이 무대에 선다.
▶국내 재즈계에도 여름 바람=국내 재즈계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오는 24일과 25일에는 국내 재즈 팬들이 최고로 꼽은 연주자들이 서울 역삼동 LIG 아트홀에서 합동 무대를 꾸민다. 국내 재즈 전문지 ‘재즈 피플’이 매년 독자 투표를 거쳐 선정하는 최고의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서는 ‘리더스폴 콘서트 2011’이다. 2개월간 총 3000명이 온ㆍ오프라인으로 투표해 가려진 연주자들이다. 이지영(피아노), 이순용(베이스), 서덕원(드럼), 박주원(기타), 김지석(색소폰), 혜원(보컬)이 그 면면.
대학로에서는 18일부터 26일까지 9일 동안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곳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에서 여는 ‘대학로, 천년 재즈페스티벌’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빅밴드 페스티벌을 기치로 내걸고 정성조, 신관웅, 이정식 등 베테랑 연주자들이 빅밴드를 이끌고 무대에 오른다. 재즈파크 빅밴드, 류복성 라틴재즈 등도 참여한다. 비안, 곽윤찬, 민경인 등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도 준비됐다. 다음달 22일과 23일에는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만화가 겸 재즈 칼럼니스트 남무성이 해설을 맡고 라 벤타나, 배장은 쿼텟, 임인건 프로젝트 밴드가 출연하는 ‘한여름밤의 쏘 쿨 재즈 콘서트’도 열린다.
다만 다양한 연주자가 한국을 찾고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재즈 시장 자체가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키스 재릿 같은 슈퍼스타 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내한 공연이 티켓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공연이 있어도 소수의 재즈 팬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다 마는 경우가 많다.
김현준 재즈평론가는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이 붐이지만 일회적 현상이 될 가능성 역시 높다”며 “이를 계기로 평생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찾는다면 재즈가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매체에 비춰지는 것 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좋은 공연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요즘이다”고 조언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