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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안미녀’의 성공기…시청률도 ’쑥쑥’
‘비가 오는 날이었다. 엄마는 비를 맞으며 포장마차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비를 맞는 엄마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싶었다.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대신 선물을 하나 하기로 한다. 초등학교 졸업식날 새옷을 사준 엄마를 통해 꿈을 키웠다. 꿈을 선물한 엄마에게 이제 오렌지색 레인코트를 선물하기로 한다. 비를 견뎌야 하지만 언제라도 입고 싶은 레인코트로.’

‘동안미녀’의 컴백이다. 스물다섯 이소진이 아닌 서른넷 이소영(장나라)으로 돌아왔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기자회견이라도 하듯 창립기념식 행사에서 스스로 고해성사를 했다. 통쾌했던 사람도 있었으며 기가 찼던 사람도 있었다. 배신감에 안면몰수하기도 했고, 충격에 휩싸여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어쨌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디자이너로의 꿈을 간직했던 소녀는 성인이 되어 자기 손으로 만든 첫 번째 옷을 다른 사람에게 입혀봤다. 비루하나마 건강했던 삶의 그녀는 두 남자의 사랑도 받았다. 아군도 많았다. 자신의 재능을 알아준 사람도 있었으며 순수하게 그녀 자체를 좋아했던 아이도 있었다. 이것은 대단한 활약이다. 거짓을 말하기 전에는 어차피 없던 세상이었으나 거짓을 말한 이후 가지게 된 것은 ’속아도 꿈결’이었다. 이 날들은 진실을 고백한 후 물거품이 되는 줄 알았으나 ’이름을 찾았으며, 그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외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사실 있었다. ’동안미녀’의 삶에 대한 애정의 적극적인 표출이다.

드라마는 결국 유난히 어려보이는 한 여자의 성공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다. 


고졸 출신의 30대 중반 여성이 뒤늦게 꿈을 찾아간다. 그 기반은 거짓 위에 다져졌다. 서른넷이라는 나이에 급변하는 패션시장에서 어린 감성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녀는 꽤 괜찮게 좇았다.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던 자리엔 ‘나이가 많든 적든 예뻐보이고 싶다’는 여성들의 심리가 내재했으며, 자기 안으로 빚어진 ‘단순한 갈망’이 표출됐다. 과정은 험난했으나 ’꿈 따위’는 잊고 살던 그녀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다. ’어차피’ 밝혀질 진실이 있다는 사실만 빼놓고는 그랬다.

비밀은 11회가 돼서 벗었다. 12회가 되자 거짓을 고한 후 이름을 찾아 돌아온 이소영이 있었다. 이름을 찾고 다시 돌아온 이들은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명분이 함께 한다. 더 강해야 하고 더 뻔뻔해야 하며 혹은 더 당당했야만 한다. 이제는 ‘이름값’도 해야 한다. 앞서 종영한 MBC ‘로열패밀리’에서 K(염정아)로 불리던 그녀가 ‘김인숙’이라는 이름을 찾고 JK가로 대표되는 재벌가의 수장이 되기까지 그녀는 더 강하고 독해졌으며 잠재된 욕망을 분출했음을 시청자들은 지켜봤다. 

이소진이 아닌 이소영으로 다시 선 장나라에겐 서른넷이라는 굴레 탓에 커다란 리본 장식이 어울리지 않을지라도 이전처럼 주저앉고 인내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용서를 빌고 사죄하고 싶었던 마음을 자신의 곁에 있어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의지로 옮겨갔다. ’이겨야 한다’는 막연한 투지 아래엔 꿈을 향한 힘찬 걸음과 상처입은 사람들을 향한 마음이 바탕했다.

모든 비밀이 밝혀져 본격 ‘성공기’의 선상에 오른 ‘동안미녀’는 12회 방송분에서 다소 처지는 감이 있었다. 한 번의 절정이 지난 뒤 숨고르기를 하듯 여유로운 전개였다. 그 안에 약간의 시련이 있었으나 비밀을 안고 살아 ‘조마조마’ 하던 때에 비한다면 무미하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탄력을 받아 마침내 월화 안방의 1위 자리에 올랐다. 15.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일 방송분보다 2.1% 포인트 상승했고 ‘동안미녀(극본 오선형 정도윤, 연출 이진서 이소연)’로서는 자체최고시청률 경신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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