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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화 여름 ‘빅3’-어떻게 달리고, 쏘고, 싸웠나
‘달린다, 쏜다, 싸운다.’

올여름 한국영화의 특명이다. 오는 7~8월 편당 제작비 100억원대의 거함들이 흥행의 바다에 출항한다. ‘퀵’과 ‘고지전’, ‘7광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대작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제까지 한국영화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공간에서 새로운 액션과 볼거리들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퀵’(감독 조범구)은 폭탄 실은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을 마구 내달린다. ‘고지전’(감독 장훈)에선 한국전쟁 당시 남ㆍ북한군이 산속에서 치열한 고지쟁탈전을 벌인다. ‘7광구’(감독 김지훈)는 주인공들이 바다 한가운데 석유시추선에서 돌연변이 심해 괴수와 싸운다. 최근 이들 3편의 영화는 티저 예고편을 선보이며 흥행전쟁을 시작했다. 일단 물량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시속 70㎞로 달리며 차 100대를 부쉈다…‘퀵’

‘퀵’은 오토바이를 탄 주인공의 도심 추격전을 다뤘다. 폭탄 테러에 휘말리게 된 퀵서비스맨(이민기)과 생방송 시간에 쫓겨 오토바이에 올라탔지만 폭탄이 장착된 헬멧을 쓰게 된 아이돌가수(강예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작진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76회의 촬영 동안 줄곧 내달렸다. 강변북로를 가로질렀고 한남ㆍ동작ㆍ성수대교를 건넜다. 강남과 명동, 구로, 종로 등 서울의 거리와 골목도 누볐다. 수원, 영종도, 인천 등까지 더하면 실제 주행거리는 서울~부산을 몇 번 왕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영화의 러닝타임 전체를 도심추격전에 쏟아부은 작품은 한국영화사상 ‘퀵’이 처음이다.

제작진이 오로지 부술 목적으로 구입한 차만 70대, 오토바이가 30대다. 총 100여대가 뒤집어지고 부서지고 폭파됐다. 오토바이 추격전을 위해 10여명의 스턴트맨이 현장에 상주했고, 연인원 700여명의 스턴트맨과 엑스트라가 투입됐다.

속도감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도기캠’(doggie cam)이라는 특수 카메라가 차와 오토바이에 장착돼 리모컨으로 조작됐다. 촬영 장비를 실은 차(슈팅카)는 크레인에 카메라가 달린 지미 집을 올려놓고 오토바이와 같은 속도로 내달렸다. 
▶1만4000명이 4만5000발의 총탄을 쐈다…‘고지전’

신하균, 고수 주연의 ‘고지전’은 한국전쟁 당시 남북 간 휴전협상이 한창이던 1953년 2월을 배경으로 동부 최전선에서 북측과 고지 쟁탈전을 벌이던 한 국군부대의 이야기를 그렸다. 휴전을 앞두고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남북 간의 사투를 다뤘기 때문에 70% 이상이 전투장면이다. 그만큼 ‘고지전’은 화력이 엄청나다.

폭파 장면에선 다이너마이트가 무려 240㎏, 뇌관이 2만4000발이나 쓰였다. 웬만한 산을 뚫어 터널을 낼 만한 폭발력이다. 실제 총기 61정과 모형 총기 500여정이 동원됐고 총탄만 4만5000발이 발사됐다.

위험한 장면이 많아 촬영에 투입된 스턴트맨도 대규모다. 연인원 4000여명에 단역 배우도 1만여명이나 동원됐다.

대규모 전투신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촬영 후 컴퓨터 그래픽이 이루어지는 후반 작업이다. 후반 작업에만 전체 100억원의 제작비 중 10%인 10억원 정도가 쓰였고 스태프 330여명이 5개월이나 투입됐다. 영화 속 배경인 ‘애록고지’는 한국전쟁 당시 동부 최전선 고지로 설정됐고 실제 촬영은 경남 함양에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이뤄졌다. 
▶18개 세트, 돌연변이 괴수…3D영화 ‘7광구’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가 주연한 ‘7광구’의 영화 속 배경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석유시추선이다. 하지만 주연배우 중 아무도 실제 바다에는 가지 않았다. 영화 전체의 95%가 녹색 스크린을 배경으로 한 세트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추선 내외부를 재현한 18개의 세트가 지어졌다. 동시에 3~4개의 세트를 운영하면서 한쪽에선 촬영하고 다른 세트는 짓고 허무는 방식으로 촬영이 이루어졌다. 세트 건조에만 전체 제작비의 최대 절반 가량이나 투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 제작진은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한 국내 유일의 시추선인 ‘두성호’를 참고로 해 세트를 제작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관람포인트는 괴수다. 극 중에선 원래 해저생명체로 각종 화학폐기물과 오염물질로 인해 돌연변이가 된 존재다. ‘괴물’의 한강괴수와 ‘차우’의 식인 멧돼지에 이어 한국 컴퓨터그래픽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캐릭터로 꼽힌다. 올챙이만한 것부터 대형 버스만한 것까지 변화무쌍한 괴수의 모습이 등장할 예정이다. 크기와 모양이 신축적이고 가변적인 새로운 괴수의 탄생이다. ‘7광구’의 김남수 PD는 “후반작업 중인 현재 최대 관건은 3D효과”라며 “기술적으로는 입체감을 극단적으로 강조할 수 있지만 관객이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어 3D효과와 관람 편의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과 수준을 맞추도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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