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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 물길 열린다
진통제, 해열제와 같은 가정상비약을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3일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는 이달 중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약심)를 열어 현행 의약품 분류 체계와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의약외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품목을 본격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약심을 통해 현행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진통제 해열제 중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재분류하는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의약외품의 경우 슈퍼나 편의점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해열제나 진통제가 의약외품으로 분류되게 되면 사실상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가 허용되게 된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될 의약품에 대해선 약심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겠지만, 비타민을 포함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20여개 정도의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심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품목의 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재분류하는 것과 함께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약들 중에서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번 약심을 통한 의약품 재분류 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을 약국판매의약품과 약국외판매의약품으로 나누는 등의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다. 지금과 같은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의약외품’과 같은 분류체계를 갖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다.

의약품 재분류에 대해 논의할 약심은 의료계 4명, 약계 4명, 공익대표 4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되며, 3분의 2가 찬성하면 재분류에 대해 의결하게 된다. 약심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열린다.

이번 조치는 약사회 등 관련 단체들의 반발 속에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던 복지부가 ‘정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당초 복지부는 약사법 개정없이 약국외에서도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행 약사법이 약을 약국에서 약사에게만 구입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결국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일반인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 문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약심을 통한 의약품 재분류가 제대로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인 데다 약심의 구성 또한 의사, 약사 등으로 의견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어 의견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약심에 의사나 약사,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합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약품 재분류 방안이 발표되기 직전에 대한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약품 약국외 판매는 국민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과 건강상의 위해를 필연적으로 가져온다”며, “국민 불편 해소라는 명분으로 국민건강을 무시하는 약국외 판매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모든 약국이 의무적으로 주 1회 밤 12시까지 운영하며, 모든 약국이 의무적으로 월 1회 일요일에 문을 열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선 슈퍼에서 감기약 파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라는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 이후 본격화된 의약품 슈퍼 판매 논의가 의약품 재분류로 쟁점이 바뀌면서 약심으로 옮겨가게 됐다. 1라운드에서 혼란을 거듭한 복지부 2라운드에선 명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되고 있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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