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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확산 ‘슈퍼 박테리아’ 왜 더 치명적?
두 독성 박테리아의 결합으로 강력한 새 변종
두 독성 박테리아의 결합으로 강력한 새 변종
출혈성감염질환과 신장 등 장기손상 동시에 일으켜

독일에서 17명의 사망자를 낸 ‘슈퍼 박테리아’가 이제껏 보고된 적 없는 치명적인 변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염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염기서열 예비판독 결과, 최근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는 장출혈성대장균(EHEC)은 서로 다른 2종의 박테리아가 결합된 변종으로 치명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밝혔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이 박테리아가 ‘시가 톡신 생성 대장균’(Shiga toxin-producing Escherichia coliㆍSTEC)로 불리는 변종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BGI)에 따르면, STEC의 감염성과 독성은 기존 보고된 대장균보다 월등히 높다. STEC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발견된 장응집성대장균(Enteroadherent E. coliㆍEAEC)와 염기서열이 93%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는 출혈성대장염과 용혈성요독증후군 등을 일으키는 장출혈성대장균(Enterohemorrhagic E. coliㆍEHEC)의 염기서열 특성도 갖고 있다. BGI는 이 두 박테리아가 유전자수평전이(horizontal gene transfer)를 통해 합쳐져 더 치명적인 박테리아인 STEC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상추잎에 자리잡은 대장균(E. coli)의 현미경 사진. (사진 :Texas AgriLife)
특히 STEC는 아미노글로코시드 계, 매크로라이드 계, 베타락탐 계 등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어 치료가 더욱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생물학자인 폴 위글리 박사는 2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치명적 박테리아가 또 다른 치명적 박테리아로부터 독성을 획득, 인간에 재앙을 초래하는 더욱 강력한 박테리아가 탄생했다”면서 “새 박테리아는 장출혈성 설사 및 신장 등의 장기조직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복합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STEC는 기존 대장균 감염의 5~10%에서만 발생하는 신부전 증상을 빈번히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당국은 슈퍼 박테리아 감염 1500건 가운데 270건에서 신부전 증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염자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그리고 성인 남성 등 기존 대장균 감염에서는 위험군이 아닌 집단에 사망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사주간시 타임은 아직 STEC 감염 발생이 초기이고 독일 당국이 미국보다 신부전 범위를 넓게 잡고 있어 얼마나 치명적인지 단정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유럽 각 국의 보건당국와 WHO이 이번 박테리아 병원소를 조사하는 가운데 현재 STEC 감염환자 수는 최소 9국의 2000명으로 확산된 상태다. 타임은 유럽 병원소 데이터뱅크의 통합성이 매우 낮은 점을 생각할 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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