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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긋지긋한 비염, 내 마음 때문에 생긴다고?
알레르기 비염과 등, 목, 어깨, 팔다리 통증, 두통, 류머티즘, 고혈압까지….

이런 흔한 질병이 실은 신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이라면.

흔히 이런 통증이 있는 경우 대부분 정형외과의사는 MRI 소견에 초점을 맞추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처방이란 것도 표준치료로 불리는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로 이뤄진 치료제를 여러 번 주사하는 것으로 끝이다. 이는 한두 달은 도움이 되지만 이내 통증은 재발한다.

여기에 주목한 이가 존 사노 뉴욕대 재활의학과 교수다. 그는 환자의 사회력에 주목한다. 즉, 어린시절의 억압된 무의식적 감정, 가족관계, 성격 등이 통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가 명명한 긴장 근육염 증후군은 내재적ㆍ부정적 감정이 통증의 원인으로, 예컨대 척수신경과 같은 특정 신체구조로 가는 혈류를 살짝 줄임으로써 가벼운 산소결핍 상태를 초래하는 생리 변화를 일으켜 통증을 유발한다.

사노 박사는 이 새로운 개념에 바탕해 수술이나 약물, 물리치료의 필요성을 일절 부인하고 30년 이상 심리교육만으로 또는 정신요법을 가미해서 수천명의 심각한 통증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따르면 감정이 갖는 힘은 너무나 대단해서 우리가 감정적 고통을 인정하는 것보다 차라리 신체적 고통을 당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어린 시절 인종차별과 빈민가에 노출된 환경에서 양육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경우 어린 시절을 보면 화를 잘 내거나 우울해하는 성향의 사람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 마치 세상의 정상을 정복한 사람인양 행동한다. 대신 그들은 고혈압을 앓는다. 감정을 억압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성격도 하나의 통증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 남을 만족하게 하려는 성향이나 다툼을 중재하려는 성향, 완벽해지거나 선해지는 즐거움은 무의식적 마음에 분노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착한 완벽주의자는 누가 봐도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실은 일상의 괴로운 감정을 억압함으로써 안으로는 더 아플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가능한가. 사노 박사는 날마다 무의식에 자리잡은 불쾌한 감정과 분노, 고통의 원천을 의식적으로 인식함으로써 회복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사노 박사의 통증치료 방식은 종래 전문의가 신체부위별로 환자를 보던 방식에도 일대 변화를 초래한다. 탈출추간판, 어깨부딪힘증후군 또는 손목굴증후군 따위는 별개로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함으로써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어준다.

사노 박사의 치료법은 전통적인 치료법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이를 정신질환 치료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가령 사랑에 빠지거나 정신적인 삶이 크게 바뀌면 온갖 만성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는 경우다. 사노 박사의 심인성 치료가 통증치료에 관한 새로운 희망일 수 있을지 관심사다. 사례연구와 책에는 관련 분야 전문의의 경험담이 함께 들어있어 통증과 마음의 이해를 돕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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