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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기 의원, 당곡지구대로 달려간 까닭은?
정적이 흐르던 1일 밤 9시 40분께 서울 신림동 새들어린이 공원. 무전기를 든 한 남자가 ‘좀도둑 꼼짝마. 관악경찰 CCTV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그는 이내 정막을 깨고 말을 꺼냈다. 무전기를 통해 “CCTV 관제센터, 잘 보입니까?”라고 물었고 즉시 “네! 잘 보입니다” 라는 답신을 받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표정을 지은 그는 “범죄를 저지르려는 마음이 싹 가시겠는데요”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어두운 공원 안쪽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신임 행정안전부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인기 의원의 1일 밤 행보다. 이인기 신임 위원장은 행안위원장으로 선출되자마자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를 찾았다. 현장 경찰들의 애로사항을 체험해보기 위해서였다.

이인기 신임 위원장은 “상임위원회 소속에 경찰, 소방 분야가 있는데 현장 상황을 파악해보기 위해 나온 것”이라면서 “당곡지구대가 전국에서 사건 접수가 가장 많은 곳이라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현 국회의원 중 유일한 경찰 출신으로 오랜만에 경찰복으로 옷을 갈아 입은 그는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일일 경찰으로서의 업무는 곧바로 시작됐다. 두 시간여 지구대에서 행정관련 업무를 처리하던 그는 오후 9시께 당곡지구대 대장인 이경자 경정 등과 함께 순찰차를 타고 신림동 패션 문화의 거리 인근 모텔촌과 유흥가 순찰에 나섰다. 이곳은 하루 사건접수 건수가 100여건에 달하는 관할구 최고의 문제(?)지역 중 하나다.

번쩍이는 술집과 모텔의 네온 불빛 속에 간간히 술취한 사람이 보였다. 그 때 한 술취한 행인이 이인기 위원장 앞을 가로막고 말을 알수 없는 말을 하곤 지나갔다. 놀란 이인기 위원장 옆에 서 있던 이경자 경정은 “저 정도면 양반이죠.  만취해 지구대에서 난동피우는 주취자들에 비하면…”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 위원장은 “현장 환경이 개선돼야 국민 서비스도 잘 할 수 있다”면서 “경찰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한 시간여의 순찰을 마치고 지구대로 복귀한 이인기 위원장은 “시간당 야근수당은 얼마나 받느냐”고 물었다. 이 경정은 “경찰 야간 근무수당이 마트에서 일하는 아르바이생 수준”이라면서 “그마저도 예산이 적어 10시간 근무해도 이보다 적게 근무한 걸로 인정을 받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근무수당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관련 정책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최근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검ㆍ경찰 갈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현재 경찰에겐 책임은 많은데 권한이 없다”면서 “경찰에게 현실에 맞는 권한을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경찰의 권한 강화는 검ㆍ경간에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경찰의 수사개시권은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지구대는 전국 최다 사건발생 지구대란 명성(?)에 맞지 않게 너무나 조용했다. 고요할 정도였다. 이경자 경정은 신기한 듯한 얼굴로 “평소와 달리 오늘은 너무 조용한 것 같다.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날”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빙그레 웃음짓던 이 위원장은 “그만큼 치안이 잘 돼있다는 표시 아니겠냐”면서 “뜻깊은 경험이었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달라”는 당부는 남기고 지구대를 나섰다.

<황유진 기자@hyjsound>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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