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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코 소송’ 2심도 은행 승소…업체 강력반발
법원이 환헤지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소송 2라운드에서도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16부(이종석 부장판사)는 중장비기계 제조업체 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키코는 불공정한 상품이라고 보기 어렵고, 계약 당시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도 힘들기 때문에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31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키코 상품은 넉아웃이나 레버리지 2배 조건 등을 부가하는 대신 기업에 행사 환율을 높여주는 환헤지 상품이어서 원고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제로코스트란 은행이 취하는 콜옵션과 기업이 취하는 풋옵션의 이론가가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라 은행이 별도의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당시 원고는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견해 스스로 판단한 책임이 있고, 다수의 환헤지 거래 경험과 외화유입액 등 재무상황에 비추어 피고들의 계약 권유가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키코 소송의 첫 번째 항소심 판결로 주목받아왔다. 환헤지옵션상품인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손해를 봤고, 170여개 기업의 키코 소송이 줄을 이었다.

1심은 키코는 구조적으로 불공정하거나 환헤지에 부적합한 상품이 아닌 공정한 계약으로 인정했으며, 다만 고객 기업에 불완전판매를 한 일부 사건에 대해 손실의 20~50%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항소심 판결은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계약의 공정성을 판단해야 하고, 이후 상황의 급격한 변동으로 손실을 본 사정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의 구조와 위험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오버헤지도 아니었으므로 피고들에게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 위반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키코공대위 측은 “항소 기각을 예상했다. 법원이 키코가 불공정하지 않다고 했는데 공정성을 논할 가치조차 없다”면서 “키코를 1년 넘게 담당한 검사도 전보조치되는 마당인데 사법시스템 자체가 불공정하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금융피해 소비자와 연대해 사회운동을 벌이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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