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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당한 ‘얼나이’…중국 세컨드 狂風
공무원보다 많은 연봉·의료복지 제공 유혹 모집광고 버젓이

과시욕과 물질욕이 부른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현실 ‘新첩문화’






‘인턴기간 1개월, 월급여 5000위안(약 83만원), 정직 전환 이후 급여 1만5000위안(약 250만원), 1년 후 상여금 15만위안(약 2449만원), 의료 및 양로보험 등 복지혜택 있음.’

얼핏 봐도 대기업급 회사의 직원모집 공고다. 하지만 이는 어이없게도 원저우(溫州) 출신 기업가가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한 예술대학 인근 버스정류장에 붙여놓은 ‘얼나이(첩ㆍ세컨드)’ 모집광고다. 그는 광고에 ‘일주일에 성관계 18회’라는 매우 구체적인 요구사항까지 써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말문이 막히게 했다.

중국의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봉건주의 악습인 축첩 제도가 중국 고위 간부와 기업인 사이에서 부활하고 있다. 개혁개방 초기 대만과 홍콩의 기업가가 대거 진출한 광둥(廣東)성에서 씨를 내린 ‘얼나이 문화’가 중국 전역에서 만개하며 현대 중국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실의 반영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첩을 뜻하는 ‘얼나이’와 ‘샤오싼(小三)’ 등은 단골 메뉴다. 하지만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드라마가 현실 속에 펼쳐지면서 현대 중국인의 인생관ㆍ윤리관ㆍ결혼관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얼나이는 신분의 상징=인터넷 뉴스사이트인 중광왕(中廣網)의 장시(江西) 카테고리에 최근 ‘장시 루이진(瑞金) 여유국장의 술자리 미친 발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기사에 따르면 이 국장은 술자리에서 “간부급 가운데 자신이 얼나이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여유국 간부와 여행사 사장, 가이드, 연기자 등은 술자리가 끝난 후 “아무리 축첩이 유행이라고 해도…”라면서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중국에서 고위급 공무원과 공산당 간부가 얼나이를 거느리는 것은 말 그대로 대세다.

광둥성의 광저우(廣州), 선전, 주하이(珠海) 3개 도시에서 발생한 공무원 부패사건을 조사한 결과 혐의자의 100%가 얼나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명의 얼나이를 부양하기 위해 연평균 5만위안이 필요하다고 한다. 중국의 일반 공무원의 연봉이 5만위안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 부패와 축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패키지인 셈이다.

하지만 얼나이를 품었던 이들은 “여자가 치장을 위해 명품백과 옷ㆍ신발 등이 필요한 것처럼 남자는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3명이라는 엄청난 정부(情婦)를 거느려 놀라움을 준 부패관리 진웨이즈(金維芝)는 법정에서 “부청장급 되는 간부 중 얼나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이는 생리적인 필요 때문이 아니라 신분의 상징”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대만 출신의 한 사업가는 “오랫동안 얼나이를 뒀지만 성적인 접촉은 전혀 없었다. 오직 원활한 사업을 위해, 다른 기업인에게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 얼나이를 둔 것 뿐”이라며 얼나이의 유무가 남성의 지위와 부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명문대 여대생 얼나이=과거 첩이라 하면 돈이 없는 농촌 출신의 가난한 여성을 떠올리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명문대 여대생조차 얼나이를 자청하고 있다.

일부 대학이 “얼나이인 사실이 발각될 경우 제적한다”는 학칙까지 만든 것은 이 같은 세태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화난(華南)사범대는 이성과 동거를 하거나 기혼자와 ‘특수관계’를 맺어 가정을 파탄내는 학생에 대해 엄벌하고 심한 경우 제적까지 할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충칭(重慶)사범대 역시 기혼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학생을 제적할 수 있도록 한 ‘학생 규율위반 관리 규정’을 마련했다. 대학이 엄격한 학칙까지 마련, ‘집안 단속’에 나선 것은 대학생 사이에 갈수록 성이 개방되고, 물질 때문에 도덕적 관념까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같은 학교의 단속에 대해 “사생활까지 간섭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경제적 풍요를 쫓아 얼나이가 되는 것도 인생의 한 방식이라는 것.

실제로 지린(吉林)성 여성연합회가 여대생의 의식조사를 한 결과 24%의 응답자가 ‘돈 많은 남성 스폰서를 두고, 주말에 얼나이 노릇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정상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당한 얼나이=자신의 존재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것과 달리 신세대 얼나이는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얼나이지만 행복해’ ‘90허우(後ㆍ1990년대 이후 출생) 세컨드의 행복 공개’ ‘샤오싼의 행복 셀카’. 인터넷에서도 얼나이 관련 사이트와 블로그 및 카페가 인기몰이 중이다.

이들은 자신의 불륜생활을 과감히 공개하고 고민상담과 미용법 등을 공유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

한 여성은 “나는 아직 젊고 예쁘다. 남편(사귀는 남성)이 나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서 BMW도 사주고 늘 명품을 선물한다. 아마 무서운 아내와 보내는 시간보다 나와 보내는 시간이 많을 거다. 질투 나죠?”라는 글과 함께 실제 얼굴사진과 자동차ㆍ명품백 등의 사진을 올렸다. 

신세대 얼나이는 이처럼 자신을 ‘커밍아웃’하고 있으며 얼나이끼리 모임까지 결성하고 있다. 중국 내 샤오싼 공식 사이트인 ‘중국샤오싼협회사이트’의 회원 수는 700명을 넘겼다. 이들은 토론방을 통해 명품, 자동차, 아파트 등 자신이 받은 선물을 공개하고 생활비로 얼마를 받는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또 어떻게 하면 남자의 지갑에서 더 많은 돈을 꺼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상의하기도 한다.

이 사이트는 회원에게 우아한 샤오싼으로 사는 법에 대한 무료 팁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명 ‘권리찾기협회’를 결성해 남자에게 버림받거나 사기를 당한 샤오싼을 위해 남자의 사진과 이름 등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복수를 가하기도 한다. 가정 파괴범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 샤오싼이 똘똘 뭉쳐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샤오싼협회사이트 운영자 ‘싼제(三姐)’는 지난 2월 “샤오싼은 이 시대의 신종 직업 연인”이라며 “3월 3일을 샤오싼제로 정하자”는 제안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많은 이가 샤오싼을 미워한다. 하지만 (아내들이여) 자신을 한 번 돌아봐라. 남편의 외도를 탓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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