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기지의 고엽제 매몰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1960년대 한국을 비롯한 5개국에서 맹독성 제초제 실험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참전용사단체 ‘용사를 돕는 용사회(Vets Helping Vets)’가 26일 공개한 정부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1968년 3차례에 걸쳐 메릴랜드 주의 ‘포트 디트릭 식물과학연구소’에서 한국 전방부대로 각종 제초제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실험용 제초제 공수는 1968년 7월 23~24일 제3여단 제2사단 지역으로 발암성 물질이 함유돼 있는 하이바X를 비롯해 탄덱스(카뷸레이트), 유록스, 브로마실 등의 화학약품이 보내졌다.

이어 같은 해 8월과 10월 3일에도 같은 종류의 제초제가 2차례에 걸쳐 2, 3, 4여단 지역 등에 공수됐다. 이 문건에는 미국 국방부도 이에 관여했다고 적혀 있으나 정확한 물량은 나와 있지 않았다.

공수 목적에 대해 “초목의 생장억제 효과를 실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1968년 4월 15일~5월 30일, 1969년 5월 19일~7월 31일 각각 비무장지대(DMZ)에서 이뤄진 제초제 살포와는 다른 것임을 시사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외에도 캄보디아(1969년 6월), 캐나다(1967년 6월), 라오스(1965년 12월~1967년), 태국(1965~1965년) 등에서도 제조제 살포나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사를 돕는 용사회의 데이비드 애퍼슨 대변인은 “과거 많은 화학물질이 한국의 전방부대에서 사용됐다는 퇴역군인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