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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으로 고백하고 ‘동백꽃’으로 복수하고 ‘진달래꽃’으로 결별 선언
심장이 뛴다. 60에서 90 사이. 지금 이 남자의 심박수는 자꾸만 평균치를 넘어선다. 이 여자도 심장이 뛴다. 애써 감추고 숨기려 했는데 60에서 90 사이, 그 평균 심박수를 넘어선다.

근거가 있다. 7회 내내 모르던 단 하나의 비밀이자 8회 들어 밝혀진 사실이다. 심장은 ‘두근두근(국보소녀)’에 반응한다는 것. 독고진(차승원)의 심장은 구애정(공효진)에 무장해제돼 ‘그대 때문에 가슴이 두근두근’하다고 말한다. 그렇다. ’그대’는 바로 ‘국보소녀’ 구애정, 한 때는 요정ㆍ지금은 한 물간 비호감 연예인이다.

톱스타와 비호감 연예인이 만났다. 맞다.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다. 다투기만 하던 사이(1회 주유소 신을 기억해보자)’였다. MBC ‘최고의 사랑(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이 보여주는 사랑의 시작이었다. 

심장이 먼저 들은 소리에 마음이 반응했다. 사랑은 꽃잎들과 함께 왔고, 벚꽃의 색에 취해 낭만을 거닐고, 동백꽃의 복수에 웃음이 터지고, 진달래꽃과 찾아온 결별 혹은 사랑 중단 선언에 시청률은 사다리를 탄다. 지난 4일 8.4%로 출발한 드라마는 25일 17.4%(7회), 26일 17.9%(8회)를 기록했다. 꾸준한 상승세이며 두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스타들의 쿵짝 러브스토리에 시청자도 반응했다. ‘두근두근’. 도도하고 오만한 톱스타가 심장 안에 솔라닌처럼 자라나는 짝사랑이라는 독을 키울 때 여성 시청자들은 설렜다. ‘못돼 처먹은’ 톱스타의 오만불손함과 안하무인이 한 물간, 함께 있으면 나란히 비호감으로 전락하는 밉상ㆍ진상ㆍ싼티 연예인 앞에서는 사라지니 그럴 만도 하다.



차승원 공효진이라는 두 주연배우의 합은 상당히 괜찮다. 비호감연예인을 연기하는 공효진, 악플에 밟힌대도 생존을 위해 개구리 복장을 마다않는 생계형 연예인의 현실감과 팬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스타들의 이면, 다소 과장된 우월한 톱스타의 드높은 자존감마저 웃음으로 승화된다. 눈에 띄게 새로운 것은 아니나 보편적인 것을 보편적이지 않게 표현한 특별함과 깨알같은 잔재미가 도처에 널렸다. 눈을 뗄 수 없을 지경이며 자꾸만 기다려진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 같은 써니힐의 ‘두근두근’도 자꾸만 듣고싶어지는 것이 시청자의 마음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

‘최고의 사랑’에는 세 종류의 꽃이 등장했다. 사랑의 시작과 발전과 결말을 이르는 세 가지 꽃, 사랑의 길목마다 꽃잎들이 놓여 문학과 만나고 있다. 


꽃이 피어난다. 흐드러진 벚꽃이 바람에 날리니 남자는 사랑을 고백했다. 자기 스타일로, 뜨거운 마음을 차갑고 담담하게. 바람에 꽃잎은 흩어져 물결을 이루지만 여자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흐드러진 하얀 벚꽃은 하나의 장치, 그것은 이제 복수의 붉은 동백꽃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 대목에서 김유정의 ‘동백꽃(1936)’이 등장했다. 톱스타는 비호감 연예인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소설로 대입했다. 소설 안에서 살아나는 김유정 특유의 토속적인 언어들은 독고진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대치됐다. 점순이로 빙의한 독고진에게 소설의 모티브 ‘감자’는 감자싹이라는 독을 품을 심장으로 치환됐다. 독고진은 타오르는 눈빛을 쏘아대며 자신의 마음을 거절한 구애정에게 동백꽃같은 복수를 다짐한다. 복수는 붉은 빛이지만, 사실 소설에서의 동백꽃은 3월부터 노할게 피기 시작하는 생강나무의 꽃이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버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버렸다’는 것이 소설이나 독고진의 동백꽃은 붉고 차다. 혹은 뜨겁다. 


복수 따위 접어두고 감자에 돋아난 싹처럼 독을 키우고 있는 독고진은 고백을 한다. ‘진달래꽃(김소월, 1925)’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로 시작하는 시에서 화자의 마음이 진정 ‘말 없이’ 고이 보내주고픈 마음이 아님은 이미 교과서를 통해 배웠다. 다만 여기서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대목에 구애정은 더이상 마음을 숨길 수 없을 알게 됐다. 독고진의 심장은 진달래꽃, 그것을 밟고 가지 말라는 톱스타의 마음을 받아들인 비호감 연예인, 그러나 결말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 마음을 즈려밟고 떠나는 대상이 달라진 것이다.

비밀의 문이 열린 탓이다. ‘두근거림’의 정체가 자신의 심장수술 당시 들었던 국보소녀의 ‘두근두근’ 때문이었다는 것을 톱스타는 알게 됐다. 심장이 들었던 노래를 기억하자 독고진의 마음은 ‘화딱’ 깨고 ‘후딱’ 지나가버렸다. 사랑을 갈구하던 그는 더이상 없다. ‘덥석’ 문 구애정의 앞길만이 험난해지고 무장해제됐던 6090은 더이상 열리지 않는다. 독고진의 선전포고였으나 시청자들의 원성이 크다. 달달한 로맨스가 상실된 시대, 두 사람의 엇박자 마음과 어긋난 갈 길을 보고 싶지 않은 욕심에서 비집고 나온 원성이지만 현재 ‘최고의 사랑’은 20% 돌파를 기다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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