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양평동 4가 개발수익 좇다가 ‘꿩대신 메추리’
정년퇴임을 앞둔 회사원 김모 씨는 지난해 가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4가에 1억2000만원을 주고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한 채를 분양받았다. 이 지역이 재개발이 되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노후대비 자금으로 모아둔 여윳돈과 대출금 일부를 포함해 투자를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말 이 지역을 유도정비구역에서 제외하면서 김 씨의 장밋빛 희망은 순식간에 ‘일장춘몽’이 됐다.

면적이 작은 필지의 주택들이 밀집한 양평동 4가 지역은 서울시의 한강변 정비계획 대상지역으로 지목되면서 재개발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 김 씨도 그 가운데 하나로 서울 지역내 1억원 정도 소액자본으로 투자할 만한 부동산 물건이 마땅치 않았고, 도시형생활주택 대지 지분을 인정받아 조합원 자격을 얻게 되면 ‘대박’을 터뜨리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김 씨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금융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월세 수익 십수만원에 불과한 상황.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으로 세를 내줄 경우 수익률은 4.9% 정도로 은행금리가 높아지면서 기대수익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L공인 관계자는 “주택 새로 지어서 분양한 사람들은 몰라도 재개발 노리고 투자한 사람들은 결국 다달이 임대료 정도 받는 수준”이라며 “고점에 산 탓에 쉽게 매도할 수도 없어 매물로 나오는 물건도 거의 없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양평동 4가는 이처럼 ‘지분쪼개기’를 통해 새로 들어선 도시형생활주택이 급증하면서 노후도 요건(전체 건물의 60%)에서 기준이 미달돼, 앞서 서울시가 정한 유도정비구역에서 제외됐다. 준공업지역으로 용적률 400%까지 건축이 가능했던 점과 2008년 7월 이후 허가받은 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60㎡ 이상이 돼야 분양권을 주도록 했던 서울시 조례가 지난해 4월 폐지된 점도 한몫했다.

C공인 관계자는 “애초 다세대주택으로 허가를 받았다가도 더 작은 평수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전환하는 등 지분쪼개기로 수익을 챙기는 업자들이 많았다”며 “이 지역 원룸 월세가 보통 보증금 1000만~15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 수준으로, 대출금 7000만원 정도면 레버리지를 갖는다고 봐 일부러 대출을 받아서 투자하는 일반인도 지난해말까지 꾸준히 몰린편”이라고 밝혔다.

양평동 4가에 최근 지어진 도시형생활주택 앞에 또다른 주택이 들어서는 공사 현장 모습. ‘지분쪼개기’를 노린 신축 건물들 탓에 노후도 요건에서 기준 미달돼 유도정비구역에서 제외되면서 재개발 수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주머니는 허전해졌다.

그럼에도 현재 이 일대 ‘○○빌’ 등의 이름으로 최근 지어진 도시형생활주택들 사이로 여전히 신축공사가 한창인 현장도 세 곳이나 된다. D공인 관계자는 “지금 집을 새로 짓는 사람들은 임대수익을 바라는 지주들”이라며 “땅값이 치솟았을 때 팔지 못했다 재개발이 어려워진 지금이라도 제몫을 찾아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11월께만 해도 대지 지분 3.3㎡당 4000만~4200만원에도 거래되던 양평동 4가의 도시형생활주택 시세는 현재 3700만~380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용 33㎡ 투룸형의 경우 매매 2억2000만원~2억5000만원, 전세 9000만~1억2000만원.

H공인 관계자는 “재개발은 물건너갔다고 보이더라도 세를 들려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꾸준해 전월세 물량이 나오면 금방 나간다”며 “9호선 선유도역이 개통되고 2호선 당산역도 근처라 여의도나 강남에 30분 안으로 접근이 가능하고, 인근 당산동보다 월세 시세가 20만원 가까이 싼 점도 임차인들이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백웅기 기자 @jpack61>
kgu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