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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빈 라덴 사살작전으로 화려하게 부활

역대 최고 권한 부여받아…궁극적 목표는 군사조직화




“제군들, 나는 빈 라덴과 그 일당을 체포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들을 살해하기를 바란다. 나는 대통령에게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애당초 생포 계획은 없었다. 9ㆍ11 테러의 주범인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군에 잡히는 순간 사살될 운명이었다.

2001년 9월 26일.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비밀공작팀이 9ㆍ11테러 발생 보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됐을 당시 CIA 대테러센터 코퍼 블랙 소장은 요원들에게 이같이 주문했다. 일명 ‘조브레이커’로 불린 대테러 팀의 리더 게레 슈렌은 훗날 ‘적을 생포하지 말고 살해하라’는 명령은 이날 처음 받아 보았다고 술회했다.

CIA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냉전붕괴 후 ‘퇴물’ 취급받았던 CIA가 테러와의 전쟁 선봉에 선 것이다. 지난 20일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CIA를 격려하기 위해 버지니아 주 랭리 소재 CIA 본부를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CIA 요원들에게 “나와 국가가 얼마나 감사해하는지 알기를 바란다”며 “파키스탄에 있던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낸 첩보작전은 후대에도 학습 대상이 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CIA 주연, 네이비실 조연?=빈 라덴 사살 작전은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SEALsㆍSea, Air and Land)의 ‘팀 6’가 수행했지만 막후 조종자는 CIA였다.

실제로 CIA는 빈 라덴을 사살하기에 앞서 치밀한 정보전을 펼쳤다. 2004년 이미 빈 라덴 연락책을 파악했던 CIA는 지난해 초 본격적으로 빈 라덴의 은신처를 추적했다. 여기에는 스텔스 무인 정찰기 ‘RQ-170 센티넬’까지 동원됐다.

이와 관련해 CIA 비밀전쟁의 실체를 다룬 ‘CIA 블랙박스’의 저자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CIA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빈 라덴 은신처를 정확히 파악해 냈다”며 “이번 작전은 CIA가 철저하게 기획해 총괄 지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9ㆍ11 테러가 살린 CIA=빈 라덴 제거로 재조명받고 있는 CIA이지만 그 화려한 부활은 9ㆍ11테러 이후부터 시작됐다. 소련 붕괴로 상실한 주적 개념이 빈 라덴과 알 카에다로 새롭게 상정되면서 흔들렸던 정체성이 다시 확립됐다.

부시 대통령은 2005년 신설된 국가비밀활동부(NCS)를 CIA 조직 내에 편제함으로써 CIA에 힘을 실어줬다. 뿐만 아니라 CIA는 대통령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고도 비밀공작을 수행할 수 있는 ‘예외적인 권한’까지 부여받는다.

이에 대해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저널리스트 밥 우드워드는 “CIA가 미국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고 위중한 권한을 부여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9.11테러 이후 CIA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단순 첩보활동이 아닌 아프가니스탄 등 대테러 현장에서 직접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준군사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CIA의 미래는
=CIA는 기밀수집 정보기관에서 ‘준군사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준군사조직이란 아프간, 파키스탄 등 현장에서 군사작전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같은 변신은 미 정부의 천문학적인 예산 지원으로 가능했다. 미국의 정보활동 예산은 9ㆍ11 테러 이후 두 배로 급증했다. 1998년 정보예산은 27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10년 공개된 오바마 행정부의 정보예산은 530억달러에 달했다.

CIA의 미래는 군사조직화로 대변된다. 김재천 교수는 “과거에는 CIA가 적성(敵性)국가에서 반정부세력을 규합해 조직화하고 이들을 훈련시켜 준군사조직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CIA 자체가 특수부대와 연합해 미국인들로 구성된 준군사부대 내지 조직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CIA의 준군사화는 최근 안보팀 인사 개편에서도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군과 정보기관의 핵심인물을 맞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리안 파네타(73) CIA 국장을 차기 국방장관으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58)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을 CIA 국장으로 각각 내정한 것이다.

군과 CIA는 전통적으로 미묘한 긴장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최초의 군 출신 CIA 국장으로 퍼트레이어스가 내정됨에 따라 앞으로 CIA가 군의 동의를 받아내는 데도 전보다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테러전의 딜레마=빈 라덴 사살로 보복테러가 우려되는 등 테러와의 전쟁이 심화되면서 CIA의 권한은 당분간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계점도 분명히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CIA의 활약만으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테러는 ‘마약과의 전쟁’처럼 완벽하게 근절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군사뿐만 아니라 문화 외교 경제로 그 전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9일 발표한 신중동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동 민주화를 지지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은 미국 대테러 정책의 전략적 전환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지도자”라며 “그는 문화ㆍ경제적으로 아랍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연스럽게 친미성향을 고조시키는 장기적 대테러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첩보액션에서 코미디까지…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메뉴


CIA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손님이다. ‘본’ 시리즈에서 미트 페어런츠까지 첩보 액션과 코미디 등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맷 데이먼(제이슨 본 역) 주연의 ‘본 시리즈’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주인공인 제이슨 본은 CIA 비밀작전 ‘트레드스톤’의 최고 암살요원으로 6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잡지 한 권으로 적을 제압하는 일급 살인기술을 가지고 있다. 본 시리즈는 숨 막히는 액션장면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CIA라는 거대 조직에 대항해 싸우는 불운한 요원의 삶을 보여준다. 


2006년 개봉한 로버트 드 니로 감독의 작품 ‘굿 셰퍼드’는 196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CIA의 음모를 들춘다. 1961년 4월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벌인 피그스만 침공작전에 실패하자 CIA는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내사에 들어간다. CIA 전문배우인 맷 데이먼은 이 영화에도 등장하는데 예일대 출신의 명석한 두뇌와 흔리지 않는 애국심을 가진 비밀요원 역을 맡았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바디 오브 라이즈’는 테러와의 전쟁에 투입되는 최근의 CIA 요원 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테러사건의 배후인물을 쫓는 사상 최악의 미션을 맡아 동료조차 믿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액션 스릴러 외에도 CIA는 가족오락영화 소재로 인기다. 벌써 3편까지 제작된 미트 페어런츠는 전직 CIA 출신 장인과 간호사인 사위 간의 기싸움을 그리고 있다. 쓸데없이 의심 많은 전직 CIA 심리분석가인 장인의 모습이 코믹하게 묘사됐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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