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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리귤라, 칭기스칸, 스트로스칸…그들은 왜 성적탐닉에 빠졌나
18세기 모로코의 절대군주인 물라이 이스마일 왕에겐 정실(正室) 외에 첩이 550여명 있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만 888명에 달했다. 가히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력남’에 꼽힐 만한 숫자지만 칭기스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지난 2003년 한 연구팀이 옛 몽골제국이 있던 지역의 남성 2123명을 대상으로 Y염색체를 분석해 추정한 결과 칭기스칸의 직계손만 총 1600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상의 남성 200명 중 한 명이 칭기스칸의 자손인 셈이다. 최근 섹스 스캔들로 도마 위에 오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옛 절대왕정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이들 못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무제한의 기회, 무제한의 성적일탈”=이처럼 권력을 지닌 남성들의 성적 일탈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이들도 권력자이기 이전 남성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생리학적으로 남성은 사춘기에 리비도(성적 욕망)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불안정한 상태에 돌입한다. 세계 최고의 다산(多産)여성이 평생 8~9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반면 남성은 하루 몇 번씩이라도 정자를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 현실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짝짓기 기회가 그처럼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과 육아에 따른 시간과 노력이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이 드는 여성은 배우자 고르는 데 그만큼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이는 남성들에 금욕과 절제라는 매우 ‘낯선’ 근육을 발달하게 했다.



그러나 짝짓기 기회가 무한정으로 주어질 경우엔 얘기가 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경우 무제한의 일탈의 기회는 무제한의 성적행동을 이끌어내기 쉽다고 지적한다. 심리학자 마크 헬드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남자는 더 많은 기회가 오면 이를 충실히 따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충동을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해 자멸의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성들에겐 큰 도전”이라고 밝혔다. 일부는 불행한 성장배경, 정서적 불안 등에서 성적일탈의 배경을 찾기도 한다. 양아버지의 학대로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낸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후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혼외정사를 가진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그러나 불행한 과거를 가진 남성 권력자들이 모두 성적일탈을 하는 것은 아닌 만큼 충분한 이유는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성기능장애 클리닉 설립자인 프레드 벌린 박사는 “성격문제보다는 성적체질의 문제일 수 있다”면서 “성은 강력한 힘이고 일부 남성은 이를 제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밝혔다.

▶나르시시즘이 성적일탈 이끌기도=아델피대 심리학과의 게리 조셉는 나르시시즘(자기도취증), 마키아벨리즘, 정신질환 등 세 가지 요인이 권력자들의 성적일탈을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조셉 교수는 “이 세 가지 특성은 사람마다 다른 조합으로 나타난다”면서 ”칼리귤라처럼 성적도취증을 보였던 이들은 정신질환적 측면이 더욱 부각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선유세 도중 성추문으로 사퇴한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이 한 TV 인터뷰에서 “자기중심주의, 자기도취증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한 것이나 스트로스-칸이 2008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자 성폭행 사건이 언급되자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라고 한 것은 자기도취증이 부각돼 성적일탈이 나타난 경우에 해당한다.

왕족 같은 특권층이나 일찌감치 운동과 예술 방면에 재능을 보인 이들이 성적일탈에 빠지는 것도 자기도취증의 극대화와 자제력 훈련의 부재가 빚어낸 결과라고 조셉 교수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벌린 박사는 “인생 후반부에 명성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삶을 좀 더 균형있게 꾸려가는 것은 규율과 자제력을 함께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력층의 짝짓기 기회 독점, 군중이 막아=남성뿐 아니라 여성 또한 성적일탈에 빠질 수 있다. 여성의 신체도 지배욕을 불러일으키는 테스토르테론 호르몬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조셉 교수는 “수컷이든 암컷이든 지배성향이 강한 동물은 생식에 더욱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알파맨과 알파걸만 세상의 모든 유전자 풀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사회구성원들은 권력자가 모든 짝짓기의 기회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정치적으로 연합세력을 구성해 필요할 경우 그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만들기도 한다. 죠셉 교수는 이런 점에서 현재 사회에서 권력층의 성적일탈에 군중이 분노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군중은 권력자가 바람둥이이길 원치 않는다”면서 “평등사회에서는 아무도 여성을 독점하거나 내 아내와 그가 자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칼리귤라가 저격 당한 것이나 스트로스-칸이 감옥에 간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말이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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