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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승훈, “요즘은 행복한 시절…이게 끝은 아니다”
“‘노래로 감동을 준다’는 말은 생소한 문장이 된 지 오래죠. (가요의) 침체기라구요? ‘기’자 빼죠. 순환 없는 침체일 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희망이 보여요.”

1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호텔 23층에서 만난 그는 ‘노래의 힘’과 ‘희망’을 운운했다. 이 남자, 멀쑥한 외모만 봐선 원로 같진 않다. 가만 보니 청년인지 중년인지도 가늠할 수 없다. 갈색 가죽 구두, 살짝 찢어진 진, 깔끔하게 다린 흰 셔츠에 받친 회색 체크무늬 베스트. 진한 쌍꺼풀에 선한 인상 위로 걸친 검은 테 안경에 시선이 닿자 그는 신승훈이다. 그는 가수다.

그는 다음달 10일과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그랜드 피날레’ 콘서트를 연다.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LA를 포함해 국내외 16개 도시에서 벌여온 데뷔 20주년 기념 투어의 대단원이다. 그냥 넘어갈 신승훈이 아니다. 잔뜩 힘을 실었다.

▶50인조 ‘신포니 오케스트라’ 꾸려 3개월간 ‘올인’=50인조 오케스트라. 이번 무대에 올리는 모든 곡을 팝 심포니 스타일로 재편곡했다. “단순히 현을 가미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편곡 구조를 모두 해체해 오케스트라가 편성 전면에 나서게 했죠.” 악단도 기존 교향악단을 섭외하는 대신 각 파트별로 잘하는 연주자들을 외인부대처럼 모아 3개월 전부터 ‘신포니’에만 몰입토록 했다. 이 공연을 시발점으로 이들을 데리고 계속해 클래시컬한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간 공연 무대에 올리지 못한 ‘애이불비’ ‘송연비가’ 같은 묻힌 곡들이 새 편곡으로 재평가 받았으면 해요.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은 하이라이트가 될 테고, ‘처음 그 느낌처럼’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댄서블한 곡들이 어떻게 변신하는지도 기대해주세요.”


그는 요즘 젊은 층에도 인기가 부쩍 늘었다. MBC TV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멘토로 참여하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의 멘티인 캐나다 출신의 셰인은 최근 ‘톱3’까지 올랐다. 신승훈은 셰인 뿐 아니라 중도에 탈락한 윤건희, 조형우, 황지환도 이번 공연 무대에 게스트로 세워 노래시킬 작정이다.

▶“요즘은 행복한 시절…이게 끝은 아니다”=공연도 공연이지만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신드롬과 가창력 재조명 열풍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가수’가 대접 받는 요즈음에 대해 그는 “꿈만 같다” “희망이 보인다”며 웃었다. 그는 “아이돌과 퍼포먼스에만 눈을 동그랗게 뜨던 청소년들이 이제 노래 잘하는 가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게 끝은, 적어도 해피엔딩은 아니다.

“이제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조명이 필요합니다. 90년대 초만 해도 달랐죠. 당시 골든디스크 받은 사람들이 저, 윤상, 신해철, 봄여름가을겨울 등 모조리 싱어송라이터들이었어요. 97년부터 ‘분업화’가 대세 되면서 싱어송라이터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저 곡을 누가 썼냐는 그다지 중요한 팩트가 아닌 게 돼버렸어요. 보브 딜런이 그렇듯, 한국에도 가창력만 갖고 판단하기 힘든 독특한 감성의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싱어송라이터와 가수의 차이점도 조명이 돼야죠.”



그는 가수에 대한 조명부터가 그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봤다. “TV 오디션 스타들 덕에 기타 판매량이 30%나 늘었다죠. 저도 어릴 적에 기타 선물을 받지 않았다면 ‘미소 속에 비친 그대’는 없었을 겁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서 수준 높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빌보드를 점령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봐요.”

▶“등수 안 매기고 노래만 불러도 좋아하는 시대 올까”=MBC TV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볼 마음은 없을까. “앞에 말했듯 ‘진짜 가수’를 조명해준 놀라운 프로그램이며 출연 가수들 모두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 사이에 1등과 7등 탈락자는 존재하지 않아요. 1등 6명과 1.5등 1명이라고 생각해야죠. 등수를 매긴다는 포맷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고흐, 고갱, 피카소 그림을 놓고 순위를 매길 순 없잖아요. 그러나 대중들이 이런 ‘감동 경험’을 하면, 황금시간대 TV에서 순위 없이 노래만 불러도 좋아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희망적이죠.”

그는 ‘위대한 탄생’ 멘토 역할을 하면서 ‘출연’ 이상의, 이면의 보람을 느꼈다. 멘티들을 데리고 동네 노래방에 데려가 연습하고 삼겹살을 사먹였다. “존경합니다”보다 “고기 맛있어요”가 더 듣기 좋았다고 했다. “오디션은 경쟁을 넘어 작은 사회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족처럼 끝까지 챙겨주고 싶었죠. 다만 신인 매니지먼트 경험 없는 제가 직접 키우는 대신 이 친구들한테 좋은 기획사를 찾아주고 싶어요.”

▶“결혼은 바빠서 못하는 것. 정말로.”=신승훈은 요즘 쉴 시간이 없다며 칭얼댔다. “금:‘위탄’ 녹화, 토~일:전국 투어, 월:그랜드 피날레 공연 연습, 화:연습, 수:연습, 목:연습” 그가 밝힌 주간 일정이다. 금요일 녹화를 끝내고 녹초가 돼 잠들면 다음날 아침부터 ‘위탄’ 제작진의 전화가 그를 깨운다. 다음 도전곡의 편곡 방향부터 키(keyㆍ음조)까지 디테일을 협의해야 한다. 키를 정하기 위해 멘티들을 데리고 노래방으로 향한다. “결혼은 도대체 언제 할 거냐고 물어볼 거죠?” 그가 시원하게 웃는다. “바빠서 못해요. 정말로, 심각하게.”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ㆍ사진제공=㈜CJ E&M, 도로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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