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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이 돈이 되는 시대
한때는 선산을 물려받길 은근히 꺼리는 사람도 많았다. 없는것보다야 낫다. 하지만, 상속과정의 행정 절차가 번거로운 데다, 세금 때문에 오히려 골치가 아픈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 안되는 산’을 물려받았다가 오히려 벌초나 관리만 도맡아 해야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산이 돈이 되는 시대가 왔다.

산림청이 한국갤럽을 통해 전국 227만 산주 가운데 표본추출한 1500명을 대상으로 ‘산림경영 투자에 관한 산주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10년간 산림경영을 통해 소득을 얻은 경험이 있는 산주’의 비율은 29%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조사의 10.9%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산만 가지고 있다고 당장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산림경영으로 소득을 얻은 산주 가운데 60% 정도는 여전히 연평균 관련 소득이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임산물 등 산림자원의 가치가 증가하고, 웰빙을 추구하는 생활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단순한 부동산 가치를 넘어서는 산림의 새로운 활용 기회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산림경영 소득이 있는 산주 가운데 13.2%는 연 2000만원 이상의 ‘의미있는 소득’을 거뒀다. 특히 3.3%는 연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다.

산림경영에 대한 산주들의 의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장묘 문화가 바뀌고 대한민국 전체의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산을 그저 ‘묵혀두는 자산’에서 ‘투자해 볼 만한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산주의 51.7%가 산을 소유하게된 경위로 ‘상속’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조사에서는 산을 직접 매입한 경우가 47.7%로 가장 많았다.

‘보유한 산림이 어떤 용도로 이용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에도 31.9%는 ‘산림경영지’’라고 답했다. 2003년에는 23.5% 였었다. ‘수익형 휴향공간, 산림욕장 조성’을 원하는 산주도 27%에 달했다. ‘가족묘지’로 활용하겠다는 의견은 24.3%로 2003년의 35.3%에 비해 크게 줄었다. 또 산주의 42.7%는 ‘향후 10년 이내에 보유한 산을 가꾸는데 실제로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산주들은 산림 소득원 확대를 위해 필요한 지원책으로 ‘산림 이용을 위한 규제완화’(24.3%)를 가장 많이 원했다.

특히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내 500대 기업 중 산림 투자 의향이 있는 1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45%는 ‘산림정책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과제’로 ‘탄소 흡수원 거래기반의 조성’을 꼽았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경제적으로 보상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비슷한 양상은 개별 산주들의 답에서도 드러난다. 산주들은 소유 산림의 ‘경제적 가치’를 평균 1006만원, ‘부동산 가치’는 평균 3473만원이라고 답했다. 반면 ‘공익적 가치’는 그보다 훨씬 높은 6171만원이라고 봤다.

전국 산주가 227만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산주들이 보는 우리나라 민간 산림의 경제적 가치는 140조원에 달하지만 부동산 투자 가치 79조원만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홍승완 기자 @Redswanny>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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