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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의 몰락…세계 경제 거물이 성범죄자로
하루아침에 국제기구 수장에서 성범죄자로 주저앉았다. 세계경제를 주름잡던 거물의 몰락이다. 프랑스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꿈도 물거품이 될 위기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62)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주말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그가 투숙하던 뉴욕 소피텔 호텔에서 객실 청소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현지 검찰에 기소됐다. 혐의가 그대로 인정되면 징역형을 받아야 한다.

대학교수, 정치인, 관료를 두루 거친 그는 2007년 IMF 총재에 올라 세계 금융위기 해결사로 활약했다. 그는 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프랑스 고위 공무원의 산실 국립행정학교(ENA) 강단에 잠시 서기도 했다. 미테랑 정부에서 산업장관으로 일했고, 1997년 조스팽 내각에서는 재무장관으로 기용됐다. 이때 그는 프랑스의 유로화 도입에 기여하는 한편 프랑스텔레콤 등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2006년 사회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패한 후 이듬해 IMF 총재가 됐다. 그의 재임 기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졌고, 유럽에서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 국가 파산을 면했다. 이 과정에서 IMF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출세가도의 그늘도 짙었다. 구설수는 늘 그를 따라다녔다. 성추문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에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부하여직원인 IMF 연구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IMF 이사국이 정식 조사에 착수하자 여직원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시인하고 이를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대선후보로 부각되자 ‘샴페인 좌파’(호화롭게 생활하는 좌파)란 비판도 쏟아졌다. 프랑스의 한 언론은 그가 고가의 주택과 미술품을 구입하고 고급 승용차를 타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한다고 보도했다. 칸 총재는 이 같은 비난여론이 일자 해당 신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또 이번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호텔도 하룻밤에 3000달러에 달하는 스위트룸인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비난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성폭행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 소속인 칸 총재는 내년 5월 프랑스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을 보이며, 우파 내 유력후보인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프랑스 사회당도 미테랑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의 정권 탈환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칸 총재의 때아닌 실책으로 모든 상황은 역전됐다. 프랑스 좌파의 희망도, 대통령을 꿈꿔온 칸 총재의 오랜 바람도 멀어지게 됐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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