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 불발됐음에도 론스타는 뒤에서 웃고 있을게 틀림없다.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보류함으로써 매각승인을 보류했지만 그 조치가 오히려 반갑다. 툴툴 털고 목 돈 죈 채 한국을 빠져나가기는 이번에도 어렵게 됐지만 손해 볼게 없다. 오히려 앞으로 손에 쥘 이익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돌아가는 상황이 이 보다 더 좋기도 어렵다. 모든 칼자루는 다 론스타쪽으로 돌려져 있다. 꽃놀이 패만 벌이면 된다.
우선은 외환은행 인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하나금융지주가 매매계약 연장을 신청하면 상황 봐서 움직이면 된다. 협상의 주도권은 자신들의 몫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가격을 올리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설사 매매계약이 깨진다고 해도 안타까워할 이유가 없다.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 위약금 문제는 하나금융지주가 고민할 일이다.
8년전 투자했던 외환은행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그동안 낳은 알만 원금을 웃돈다. 올 1분기엔 여론을 의식해 배당을 미뤘지만 그동안의 높은 배당과 일부 지분 매각으로 2003년 외환은행 인수 후 총 2조4058억원을 회수했다. 이미 투자원금인 2조1548억원을 훌쩍 넘겼다.
올해도 외환은행의 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을 잘해서라기 보다는 상황이 돈 벌게 돌아간다.
외환은행은 2분기에 현대건설 매각이익 9000억원을 포함해 1조3000억~1조4000억원에 이르는 순이익이 예상된다. 론스타는 현대건설 매각으로 인한 배당만 5000억원 가까이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엔 하이닉스 매각이 기다리고 있다.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매각을 통해 조 단위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배당이익만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 있다고 결정되도 별 걱정이 없다.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든 강제 매각 조치가 취해지든 외환은행의 몸값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외환카드 관련 소송이 유죄로 결론지어져 대주주 자격을 빼앗기면 론스타는 10%를 초과한 보유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 그렇다해도 가격을 결정하는 처분권은 론스타에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해 최대한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한다면 그 수익도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해 남기는 이익에 못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강제매각은 징벌적 목적이어서 프리미엄 크게 얹어 팔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는 있다. 매각 대금의 일정액을 공탁하라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건 그때 대응하면 될 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짧게는 3년, 길게 5년을 봤던 투자기간이 예상외로 길어졌다. 과실송금이 많고 잣았다는 이유로, ‘투기자본’으로 낙인 찍는 한국 금융의 정서는 아직도 이해 못할 일이다. 그래도 어떠랴. 수익이 한참 났는데.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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