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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도요타 넘어 글로벌 빅3?
한국 자동차업체들을 한 수 아래로 내려보던 일본 언론들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선두업체 반열에 올라섰다는 최근 보도에 이어 도요타자동차와 올해 글로벌 3위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올 정도다.

전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며 질주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놀라움과 경계심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2일 세계 최대 완성차업체인 도요타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아 올해 글로벌 1위 자리를 뺏길 것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닛산, 혼다 등 다른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의 순위도 일제히 하락해 세계 자동차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고 덧붙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도요타가 현대차그룹과 글로벌 3, 4위를 다툴 것으로 전망한 대목이다. 이전까지는 현대차그룹의 약진을 애써 외면하고 일부 폄하하기도 했으나, 일본 자동차의 상징이자 자존심인 도요타와 현대차그룹을 직접 비교한 것은 대단한 변화다.



도요타는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841만대(다이하쓰공업, 히노자동차 포함)를 팔아 2008년 이후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올해는 대지진 영향으로 판매량이 700만대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올 1분기 글로벌 판매량에서 이미 도요타를 넘어섰다. 도요타는 209만9000대 판매에 그친 반면, GM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222만1000대를 내다팔았다.

이와 관련, 신문은 “도요타와 3만대 차이로 2위에 머물렀던 GM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중국 등지에서 판매를 늘리고 있어 올해는 선두를 탈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흥국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2위로 부상하고, 도요타는 현대차그룹과 3위 자리를 놓고 싸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최근 현대차그룹을 주목하라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지난달 19일자에 ‘현대차도 글로벌 상위 자동차업체 모임에 착석’이라는 기사를 통해 “현대차가 지난해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 5위에 오르는 등 일본 업체들이 대지진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현대차의 쏘나타, 아반떼, 벨로스터 등을 예로 들면서 “이들 차량의 연비와 성능은 일본 업체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며, 혁신적인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껏 일본 언론들이 현대ㆍ기아차로 대변되는 한국 자동차업체들에 대해 견지해온 시각을 감안하면 최근 일련의 기사들은 태도가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일본 업체들이 대지진 여파로 휘청거리는 동안 약진하면서 아시아 자동차업계 리더의 위상이 흔들리는 대신,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히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데 대한 경계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약진은 놀랍다. 2009년 464만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5위권을 노리다 지난해 574만대를 전 세계 시장에 내다팔면서 단숨에 ‘빅5’로 자리매김했다. 1년 사이 판매량을 100만대 이상 끌어올리는 사상 유례 없는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며 미국 자동차의 한 축인 포드를 따돌리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올해는 일본 업체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빅3’를 노리는 위치까지 올랐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다 리콜의 덫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요타를 반면교사로 삼아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우선시하고 있다. 내실을 다진 후 천천히 앞으로 나가겠다는 것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넘쳐나고 있어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적절히 조율해야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ㆍ기아차가 올해 만약 글로벌 3위를 차지한다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어부지리’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재 보여주고 있는 성장성과 잠재력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자력으로도 글로벌 빅3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희ㆍ천예선 기자/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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