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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일, ‘좋은 아버지’
이기순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

맞벌이부부인 우리를 대신하여 딸아이를 어릴 때부터 지성으로 등에 업어 키운 우리아버지는 내 딸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이다. 공무원으로 퇴직한 아버지를 따라 공직의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가장 큰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고 있는 분은 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아이양육 때문에 고민하던 시절에 직접 아이를 키워주시겠다며 어머니를 설득해 우리 집 근처로 이사오셨던 분도 아버지셨다. 

돌이켜보면 고3 새벽같이 아침을 굶고 학교에 갔던 나에게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2개를 1년 내내 학교 수위실까지 배달하고 출근하셨던 그 시절 보기드문(?)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셨다. 직장에서 높은 지위에 오른 소위 출세한 아버지는 아니셨지만 딸에 이어 손녀딸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며 80세가 다되는 지금까지 가정 안에서 굳건한 존재감을 갖고 계신 우리 아버지는 가정 안에서 ‘좋은 아버지’로서는 롱런하고 계신게 아닐까 싶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자녀와의 의사소통이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긴밀하며 가족관계와 상호작용이 모-자녀 중심으로 이루어져 퇴직이후 중장년층 남성과 아버지의 가정 내 소외현상이 우려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서는 아버지의 가정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국 138개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가족상담 및 부부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중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아버지교실’이다.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 퇴직 후 남성들이 가정에서 생활해야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또한 과거의 가부장적 전통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어 그야말로 퇴직을 하고도 가정에서 사랑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부터 자녀를 아내와 함께 키우고, 자녀와 친밀히 대화하고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일과 가정의 양립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OECD 국가 중 최장의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2009년 연간근로시간 2074시간)에서는 가족친화적 직장문화가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가족친화적 사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탄력적 근무제도 등 유연근무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등 자녀의 출산ㆍ양육을 지원하는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해 지난 3년간 65개 기업에게 ‘가족친화기업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가족친화적 기업일수록 직원들의 만족도와 충성심이 높아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동시에 높아진다는 사실에 기업들이 조금씩 공감하고 있는 듯싶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는 매주 수요일을 가족과 함께하는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 가급적 모든 직장인이 정시퇴근하여 가족과 함께 모여 대화하고 식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아버지 되는 것이다’라고 지난해 6월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바 있다. 좀 더 많은 아버지들이 좋은 아버지가 되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아버지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높아지기를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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