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차원에서 통신비를 문화비 개념으로 확대 적용하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계획이 별다른 성과 없이 겉돌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통계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스마트폰 소액 결제 내역을 요금고지서에 표시하는 방안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통계청과 방통위에 따르면 두 정부 부처는 지난 3월 중순 이후부터 통신비를 문화비로 개념 재정립하는 작업을 협의 중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통신비에 쇼핑, 금융, 교육, 교통 등 다양한 비용이 포함돼 과거 음성통화 중심의 가계 통신비 개념을 문화 비용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방통위의 판단이다.
통계청 역시 소비자 물가 지수에서 통신비의 가중치 비중(3.38%)이 다른 항목들에 비해 높아 변동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방통위의 제안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통신비를 문화비로 개편하려면 스마트폰으로 사용한 문화비 지출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근거 자료가 제시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화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지출 내역이 개별 소비자의 요금고지서에 표시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요금고지서에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은행 거래, 쇼핑 등의 거래 활동은 구매 시간과 구매장소는 나오지만 구매 내역은 알 수가 없다. 앱스토어에서 소비자가 구매한 물품의 세부 내역도 통신사는 확인할 수 없다.
이는 통신사가 카드사들과 달리 단순한 빌링 대행 업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인터넷(IP)TV, 소액결제, 앱 구입비, 콘텐츠 이용료는 통신비가 아닌 오락문화비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가 청구하는 항목인데다가 가계동향 조사시 일일이 구분하지 않으면 실제로 통신비에 같이 포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가계 동향 조사대상 가구(약 9000가구)가 통신요금 고지서상에서 통신비외 항목을 직접 분리해서 응답해야 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방법은 신뢰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시스템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게 통계청의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문화활동비로 개편하려면 카드 지출 내역처럼 요금고지서에 문화비 지출 내역이 항목별로 표시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현행 시스템으로는 스마트폰으로 고객이 결제한 내역을 뽑아낼 방법이 없다"며 "통신사가 결제시스템업체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요구할 권한도 없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검토가 더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dim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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