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미국 최고의 경마대회인 ‘켄터키 더비(Kentucy Derby)’다. 국내엔 널리 소개되지 않았지만 이 행사는 미국의 3대 스포츠 이벤트인 미식축구 슈퍼볼,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NBA 파이널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회 대회가 1875년에 열렸다. 매년 5월 첫 째주 토요일이면 미국 전역이 들썩인다. 미국에서 연간 생산되는 경주마가 4만여 마리에 달하는데 그 중 단 1마리에게만 우승의 영예가 주어진다.
‘켄터키 더비’는 20마리의 경주마가 2000m의 경주로를 약 2분 만에 돌면 끝이 난다. 그러나 이 2분짜리 경주를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에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 피자헛과 KFC 등을 보유한 미국 최대 식품회사(Yum! Brands)에서 공식 후원을 맡는다. 전 세계에서 1억달러가 넘는 금액이 베팅으로 들어오며, 방송 중계권, 입장료, 기념품 판매, 관광객 유치 등 켄터키 주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2억1700만달러에 이른다.
‘켄터키 더비’에서 시작한 켄터키 주 말산업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미국 중동부의 시골 지역에 불과한 켄터키 주는 세계 최대의 말산업 중심지로 발전했다. 말산업으로 인한 직접적 경제효과만 40억달러에 고용 창출 인구가 10만명이다.
켄터키 주에서 생산해 판매한 말의 가격만 6억5000만달러이며, 이 가운데 해외 수출액이 1억2700만달러나 된다. 말산업만으로도 소규모 국가의 총생산과 맞먹는 경제적 부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 덕분에 세계 승마인들이 올림픽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계승마선수권대회(WEG)’가 비유럽지역 최초로 이곳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8일(한국시간)에 열리는 ‘켄터키 더비’는 최근 32년간 나타나지 않은 삼관마(Triple Crown) 탄생을 기대하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켄터키 더비’의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는 것은 문화 콘텐츠로서의 파괴력이다. 연예인, 정치인, 운동선수 등 유명 인사가 VIP 관람실에 들어올 때마다 마치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인터뷰를 하고, 여성 VIP의 드레스와 모자가 얼마나 우아한지를 놓고 전문가들이 저마다 품평을 한다. ‘켄터키 더비’에서 우승한 유명 경주마의 동상이 거리에 세워지고, 도로명과 건물명에는 경주마의 이름이 들어간다. 행여 우승마가 다치면 전국에서 쾌유를 비는 편지와 선물이 쇄도하고, 경주의 스토리는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켄터키 더비’를 앞두고 열리는 ‘더비 축제(Derby Festival)’ 역시 70여개가 넘는 다양한 이벤트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3살짜리 최고의 경주마를 가리는 경마대회인 ‘더비’는 영국이 원조이지만, ‘더비’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상업화시킨 것은 단연 미국인 셈이다.
8일(한국시간)에 열리는 올해 대회는 최근 32년간 나타나지 않은 삼관마(Triple Crown) 탄생을 기대하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삼관경주는 미국에서 5월과 6월 사이에 걸쳐 열리는 3개의 경마대회(켄터키 더비,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벨몬트 스테이크스)를 모두 우승하는 경주마를 말한다.
임희윤 기자/ im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