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아리랑’이 국내외영화계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예고편과 소개자료가 영화제 개막(11일)을 앞두고 최근 공개됐다. 영화제측에 제출되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 자료는 김기덕 감독 작품다운 파격적인 이미지와 내용으로 가득차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칸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시놉시스’(줄거리)는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 (자신)에 대한 영화이며 김기덕이 1인 3역을 맡았다”는 소개로 시작돼 ‘나는 당신을 기억하는 나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충격적인 문구로 끝난다. “아리랑을 통해 나는 내 인생의 한 고갯길을 올랐으며 아리랑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자연에 감사하며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을 받아들인다”는 글귀도 있다. “욕망이 잠식한 지상의 세계와 슬픔이 깃든 망령의 세상, 꿈이 도사린 상상의 세계 속에서 시작도 끝도 없이 우리는 천천히 미쳐가고 있다”며 “나를 둘러싼 것들을 썩어문드러지게 하는 집착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그것(집착)은 내 감정을 시험에 들게 하며 내 가시 면류관에 들러붙어있고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다”며 “좋다, 우리 모두 생을 다할 때까지 무자비하게 서로를 죽이자”는 선문답같은 내용도 영화 줄거리로 소개했다.
2분쯤 되는 예고편은 ‘한많은 이세상 야속한 님은…’이라고 시작되는 민요 ‘한오백년’을 배경으로 김기덕 감독으로 보이는 이가 권총을 스스로 만들고 조립해 장전하는 모습을 담았다. 소녀(여인)의 이미지와 사슬에 묶인 남성의 손, 가시철망 사이로 무엇인가를 엿보는 남자(소년),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 등의 회화 이미지도 등장하고, 김기덕 감독의 전작인 ‘악어’부터 ‘비몽’까지의 영화 포스터도 담겼다. 아파트와 한 유흥가 노래방에서 울리는 총소리와 권총이 스스로 장전돼 총구가 관객이나 누구에겐가로 향하는 장면도 있다.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은 기획과 제작, 완성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으며, 영화계에선 김기덕 감독이 이 작품에 한국영화와의 불화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담았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제기돼 설왕설래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데뷔 초부터 ‘반여성적인 시각’을 담았다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으며 지난 2006년엔 봉준호 감독의 ‘괴물’ 흥행과 관련해 한국영화산업의 독과점 현상을 비판해 논란을 몰고 오기도 했다. 최근엔 자신이 키워낸 제자나 공동으로 작업한 후배들이 대규모 영화사의 작품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칸영화제에 제출한 ‘감독의 변’에서 “내 영화는 열등감과 컴플렉스의 소산”이라며 “내 삶에서 느낀 모든 감정, 내가 영화를 만들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 내가 주고 받았던 잔인한 상처들, 사랑과 열정ㆍ증오ㆍ살해욕구에 매인 모든 사람들은 내게 ‘아리랑’”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자료=칸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