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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금 주주권 적극 행사 방침에 재계 “지금도 충분히 경영권 개입”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26일 정책 건의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 대해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국내 공적 연기금들이 대표이사 선임건과 같은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미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민간기업 경영에 정부가 개입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직접 간섭에 따른 비판을 피하면서도 사실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연기금을 동원해 ’어떤 목적’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판단은 기우가 아니다. 최근 정부는 초과이익공유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중소기업 적합업종 가이드라인 제시 등과 같은 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인정하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시장자율 원칙’을 깨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꺼낸 카드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라는 간접 개입 방식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실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기업ㆍ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대기업의 중소기업업종으로의 문어발식 확장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의도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은 “연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에 대해 적극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연기금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내온 것 자체가 또다른 관치 의도를 엿보게 하는 것”이라면서 “연기금이 이미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적 연기금을 동원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경영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면 해당 기업의 현황과 시장상황, 강점 및 약점 등을 두루 꿰뚫고 있어야 하지만 국민연금만 보더라도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 수가 150개를 웃돌고 있어 이들 기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고 알고 대안을 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경영권에 간섭하려는 연기금의 움직임에 맞서 민간기업 대주주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발벗고 나서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경영인이 회사의 중장기 발전을 고민하기 보다 ‘공룡’ 연기금과 지분경쟁을 펼쳐야 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근본이 기관투자가인 연기금이 주주이익을 고민하기보다 정부 정책을 민간기업에 강요하는 데 앞장선다면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국민의 돈으로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연기금이 기관투자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돈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아닌 만큼 국민의 입장에서 사회적 동의를 구한 공정하고 투명한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건전하게 자금을 운용하는 선진국 연기금처럼 우리나라 연기금 역시 투명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들에게 경영현황과 비전을 정기적으로 제공받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와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충희 기자@hamlet1007>

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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