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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여성 기관사 꿈꾸는 황다혜 한진해운 2기사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발랄하면서도 참 씩씩했다. 지난 19일 기자와 통화한 황다혜(여ㆍ25) 한진해운 2기사는 항해를 이틀 앞두고 있었다. 지난 21일 싱가포르에서 승선해 6개월여 계속되는 긴 여정이다. 황씨는 “휴가라 지금 신나게 놀고 있다”며 웃었다.

황 씨는 지난 2009년 한진해운에 입사했다. 이 회사에서 기관사로서는 최초로 채용한 여성이다. 황 씨는 선박에서 기계 관리 등을 담당하는 ’배 안의 엔지니어’다. 엘리베이터 관련 업무를 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황씨는 한국해양대 재학 시설 한진해운에서 승선 실습의 기회를 얻게 됐고 이 때 바다의 매력을 물씬 느껴 한진해운에 입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회 대부분의 영역에서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긴 했지만 컨테이너선 등 화물선에 승선하는 여성의 수는 여전히 극히 드물다. 특히 선원의 양대축인 항해사와 기관사를 비교할 때도 기관사의 경우 여성 직원의 비율은 더 떨어진다.


황 씨가 최근 승선해 중국 청도, 이란,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항해했던 컨테이너선의 경우도 승선인원 21명 중 여성은 황 씨가 유일했다고 한다.

당연히 불편한 점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많은 분들이 불편하겠다고 걱정하시만 어차피 다 독방쓰기 때문에 별로 불편한 점이 없다”며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남자 직원들과 있으니까 운동하기도 좋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특히 탁구의 경우 웬만한 남자 못지 않은 실력을 가졌다고 귀띔했다.



그렇지만 황 씨는 여성이 해양 기관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이라고 못 할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만만한 일도 아니다”라며 “그저 지나가듯 하는 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 이후에도 한진해운에서 소수지만 여성들이 기관사로 입사했으나 일부 직원들은 고된 업무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사내 첫 여성 기관사로서의 자부심은 대단해 보였다. 대개 기관사로 입사하면 기관장의 꿈을 안고 전 세계를 누비게 된다. 이에 대해 그는 “열심히 하다보면 기관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제가 첫 여성 기관사니까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한다”며 “욕심 내지는 않고 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 씨는 또 “결혼을 하게되면 아무래도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니 여성으로서 더 힘들수도 있다”면서도 “우선은 일을 열심히 하고 결혼은 차차 생각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21일로 벌써 입사 후 6번째 항해를 맞이하는 황 씨는 오랜 항해 기간에도 “향수병은 별로 못 느끼겠다”고 했다. 일을 하면서 가봤던 수많은 도시 중에서도 미국 할리우드가 인상적이었다던 그는 여느 남성보다도 항해를 즐기는 듯 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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