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강씨 본지 친필메모
아들 결혼설 강력 부인
가수활동 중에도 신비주의
이사할땐 옆집도 눈치못채
18년전 LA 재미교포사회
“여자친구 있다” 소문 무성
“부모가 모르는 결혼이 어디 있습니까?” 지난 1997년 서태지의 어머니 강모 씨는 친필 메모를 통해 아들의 결혼설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메모에는 “태지 팬 여러분, 부모가 모르는 결혼이 어디 있습니까. 은퇴 후에 나오는 많은 루머에 현혹되지 마시고 차분히 각자 일에 충실하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라는, 나이 어린 팬들이 동요할까 우려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글과 ‘현철 어머니’라는 서명이 있다. 루머는 단번에 사그라졌고, ‘서태지 신화’는 점점 더 강화됐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돼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서태지는 4장의 앨범을 내고 가수활동을 하는 동안 ‘비밀’과 ‘깜짝쇼’가 많은 편이었다. 서태지의 등장 후 가수부터 배우까지 ‘활동 중단’ ‘컴백’은 연예인 주요 스케줄이 됐을 정도다. 프라이버시 관리도 철저했다. 이사할 때에는 옆집에서조차 눈치 못 챘을 정도로 한밤중에 조금씩 짐을 옮겼다. 현재 서태지가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의 빌딩 맨 위층은 방문객이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돼 있다. 방송연예가에서 이번 결혼과 이혼, 위자료 소송건에 대해 ‘신비주의의 하이라이트’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서태지의 철저한 관리에도 그간 나온 두 사람의 결혼설은 이지아가 키이스트를 통해 밝힌 18년 전과 놀랍게도 일치한다.
▶1993년 빅토리아 김과 이지아=이번 스캔들에서 사람들의 관심사는 서태지와 분위기가 묘하게 닮은 데뷔 4년차 미녀 스타 이지아에게 더 쏠려 있다. 이지아는 22일 소속사를 통해 지난 93년 서태지와 만났다고 밝혔는데, 생년월일을 따져보면 당시 나이가 15세에 불과했다. 18년 전은 ‘서태지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문이 막 돌기 시작한 때다. 재미교포 대학생이 열혈팬인 여동생을 소개시켜줘 교제하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연인으로 지목받았던 상대는 빅토리아 김. 동일 인물이거나 언니들의 영어 이름, 혹은 우연히 성이 같을 수도 있지만 시점에서 일치한다.
두 사람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루머’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럴듯한 결혼설이 나온 시기는 은퇴 이후다. 96년 1월 31일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후 나란히 미국 여행길에 올랐던 이주노는 3개월 후, 양현석은 6개월 후 차례로 돌아왔지만 서태지는 체류 기간이 지나도 귀국하지 않았다. 결혼 시점인 97년부터 2000년 9월 귀국할 때까지 서태지는 미국 시민권자인 이지아와 결혼해 영주권을 취득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전에는 하와이나 괌 소재 한국영사를 찾아 비자 기간을 연장해야 했다. 이 기간에는 서태지의 부모님이 이지아의 집에 한두 달씩 머물다 온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떠돌았다. 이지아가 밝힌 애틀랜타에서의 목격담도 공개된 적이 있다. 귀국 후 서태지는 도쿄에 집을 마련했다며 가끔 일본을 방문했는데, 이지아를 만나러 간 것으로 추정된다. 주위에선 친누이가 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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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대중문화 아이콘이었던 서태지가 희대의 이혼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왼쪽 사진은 서태지의 결혼설을 부인했던 1997년 당시 서태지 어머니의 메모. [헤럴드경제DB] |
▶양현석, 이주노도 몰랐다=서태지-이지아 부부의 결혼과 이혼, 위자료 및 재산 분할 청구소송 소식이 알려진 직후, 방송연예가에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스캔들보다도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매니저였던 김철 씨는 21일 “해체 선언 때보다 더 충격적”이라고 털어놨고, 록밴드 형제처럼 지냈던 가수 김종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들의 입에선 어떤 얘기도 없었으니 기다려 보자”며 아직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지난 2000년 서태지의 귀국과 솔로 컴백을 LA로 직접 가 챙겼던 양현석과 이주노도 서태지로부터 어떤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서태지의 멘토 역인 고재형 전 MBC 부장은 “일주일 전 출국하면서 여름이 되기 전에 돌아올 것이라고 했는데, 무슨 계획이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