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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ㆍ27 재보선 강원 르포> 엄기영 여전히 선두 최문순 영동권북부서 맹추격전
해산물 좌판 한켠의 접시에는 썰어놓은 멍게 몇점. 그리고 마시다만 소줏잔. 20일 오후 5시 강원도 강릉시 최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뒷골목엔 70∼80대 노인 서너명이 모여 있었다.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경찰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지금은 과일가계를 한다는 이광섭(79)씨는 “내가 자유당 때 군번(자유당 때 군생활을 시작한 군번)인데 그 땐 모든게 정치적이니 여당만 찍었지만 지난번엔 똑똑하길래 난생처음 이광재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좌판을 하는 노점상을 가리키며 “이 할머니들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내가 도울방법이 없다”며 “강릉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누굴 찍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윤모씨(49)는 “찍어놓으면 뭐하나 이번엔 투표장 안간다”고 말했다. 강릉은 영동권 여론의 진앙지. 이곳은 보수세가 강한 탓에 야당성향 유권자들은 투표 전까지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곳이다. 그런 강릉이 4ㆍ27 재보선 강원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영동권은 강원선거의 최대 변수. 엄기영 한나라당, 최문순 민주당 두 후보가 영서 출신인데다 영동권은 그동안 한나라당 텃밭이었다. 민주당은 무소속이던 송훈석의원(고성ㆍ속초ㆍ양양)의 민주당 입당, 삼척원전 입지 논란까지 각종 변수가 생기면서 강원도 홀대론으로 여당 텃밭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엄후보의 높은 인지도 탓에 겉으로 드러나는 민심과 여론조사는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가뜩이나 경제난이 겹치면서 민심이 더 흉흉해졌다. 경포대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모씨(61)씨는 “강릉은 관광지와 유적등 보전을 위해 개발 제한이 많아 변변한 공단 하나가 없다”며 “일자리도 모자라 젊은이들은 모두 외지로 나가는 실정이고 자영업도 웬만해선 1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1주일 남겨두고 강원도민일보 등 도내 6개 언론사 공동으로 20일 발표한 2차 강원도 전체 여론조사는 엄기영ㆍ최문순 후보간 격차는 14.3%포인트로 지난 11일 1차 발표할 때 12.3%포인트 보다 더 벌어졌다. 엄 후보 측 관계자는 “체감하는 표심과 여론조사가 비슷한 것 같다”며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않고 엄기영 후보 개인 브랜드를 바탕으로 선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18개 시군가운데 10만명이상 3개 권역의 이번 재보선 선거인수는 춘천 21만 1411명, 원주 24만3553명, 강릉 17만3074명으로 강릉이 제일 적다.

하지만 삼척 원전 찬반논란이 어떤 쪽으로 기울지 가늠하기 어렵다. 강원도민일보 조사발표 결과, 찬반이 각각 28.1%, 47.6%였고 무응답은 24.3%였다.

민주당은 막판 송 의원의 입당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 의원 입당 효과로 양양군수 선거에서 야당후보가 5%포인트 이상 역전했다”고 말했다. 투표일까지 남은 시간은 6일.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강원도의 마지막 변수는 TV토론”이라며 “인지도차이가 얼마나 줄어드느냐에 결과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속초ㆍ강원=심형준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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