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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결혼식서 보는 다양성과 융통성
소풍의 계절 봄이 왔다. 봄은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계절임과 동시에 황사가 걱정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봄에는 매주 주말마다 결혼식으로 바쁜 계절이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결혼식 문화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 결혼식의 다양성과 융통성이었다. 축의금을 전달하러 잠시 들르는 하객이 있는가 하면, 식중이나 식전 혹은 식후에 식사를 즐기는 하객이 있기도 하다.
또한 예식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기도 하고, 따로 마련된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종교를 따라 식을 치르는 경우에는 매우 다른 방식이 되기도 한다.
내가 한국의 결혼식을 보면서 느낀 점은 결혼 예식이 신혼부부보다는 부모님들에게 더욱 중요한 행사라는 점이다. 결혼 예식은 사회적, 사업적으로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심지어 가끔은 예식을 치르고 있는 부부를 잊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의 결혼식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결혼식의 주례는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주례사의 내용이나 길이는 항상 비슷한 것 같다.
몇 년 전 나는 일본의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결혼식의 가장 다른 점은 일본에서는 수많은 축사를 먼저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주례사를 듣고, 신랑의 상사로부터 축사를 듣고(신부 쪽 상사도 종종 축사를 한다), 그리고 적어도 한 명의 친구가 축사를 하고, 가족 중 한 명이 또 축사를 한다. 이런 축사가 끝나기 전까지 음료를 마실 수도, 건배 제의도 할 수가 없다. 나는 이때처럼 목이 말라 본 적이 없다.
프랑스에서는 많은 커플이 결혼식을 치르기 전부터 동거를 하곤 한다. 그리고 결혼 예식은 한국보다 더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몇몇 친구들(신랑, 신부 그리고 부모님의 친구들)을 초대해 예식을 치르곤 한다.
초대하는 친구들은 직장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프랑스의 완벽한 결혼식은 도심 밖 평화로운 집 정원에서 친구들과 밤새 춤을 추고 즐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한국에서 장례식장에도 가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의 장례식은 내 고향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에서의 장례식은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사회적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현재 바쁜 일상을 지내는 중 장례식장은 죽음과 중요한 것들을 상기시키는 데 유용하다.
반면 결혼식의 ‘낭만적’인 측면은 부부를 둘러싼 사회적, 사업적인 모임에 압도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장례식장에서 주는 소박한 식사가 결혼식장에서 먹을 수 있는 풍성한 코스 요리나 뷔페보다 좋다. 장례식장에서는 소주에서마저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빨리 진행된다.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모든 하객들은 거의 한꺼번에 돌아가곤 한다. 상당수 사람들은 이미 예식이 끝나기도 전에 가버리기도 한다.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을 떠나고, 결혼식장의 직원들은 다음 예식을 위해 준비한다. 그러고 나면 나는 나이를 더 먹는 것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적어도 예식 중에 테이블에 차려 있는 떡 몇 개는 먹을 수 있다. 나의 친구들은 이것이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알려주었고,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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