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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기업 오너가 `예도'(禮道) 에 100억원을 쾌척한 까닭은?
“공부보다는 예(禮)와 도(道)를 갖춘 젊은이들을 양성하는 데 남은 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이국노 사이몬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명예회장’이 됐다. 일평생을 바쳤던 기업을 2세에게 승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단돈 3만원으로 창업해 연매출 700억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우고, 9년간 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으며 쓰레기종량제를 제안했던, 대표적 자수성가형 CEO이다.

그가 최근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제2의 삶’을 준비 중이다. 이름부터 다르다. ‘한국예도문화장학체육재단’. 예와 도를 아는 젊은이, 강인한 체력 속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 젊은이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장학재단이다. 이 회장은 “건전한 정신을 가진 젊은이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 같은 장학재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재단 설립을 위해 사재 100억원도 내놓았다. 사이몬의 매출규모로 봐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는 “현금과 주식, 부동산 등을 합쳐 100억원을 출연하게 됐다. 순수하게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재단 명칭에도 ‘이국노’라는 이름을 넣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회장이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검도와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검도 공인 7단으로 대한검도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사무실 밑에 우연히 검도 도장이 들어온 뒤로 본격적으로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시절까지 합치면 검도를 배운 지 50여년이 흐른 셈”이라고 회상했다.

오는 4월 이사회를 통해 정식 출범하게 될 한국예도문화장학체육재단은 ‘예’와 ‘도’를 키운다는 목적으로 무도인 지원 사업을 펼치게 된다. 무도 우수선수에게 장학금을, 원로 무도 공로인에게 포상금을 지원하며 전국 우수무도 도장을 지원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이 일본보다 검법에서 앞섰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며 한국의 전통검법을 계승한 조선세법을 소개하는 등 전통무예 표준화사업에 힘쓰게 된다.

그밖에 무도인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자 서울시 등과 함께 경호사업을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검도 7단의 ‘무도인’이었기에 생각할 수 있었던 장학사업이다. 함께 참여하는 이사진 역시 김진선 장군, 곽결호 전 환경부장관, 허원준 한화케미칼부회장, 고규철 대한검도회 이사(검도8단), 경찰청 차장을 지낸 김홍권 목원대 교수 등 사회 각 분야의 대표주자가 총망라됐다.

일선 경영에서 물러난 소회도 내비쳤다. 그는 “쓰레기종량제를 처음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었고, 재활용플라스틱협회나 한국플라스틱자원순환협회 등을 처음 이끌었던 일, 한국플라스틱표준마크 등을 선보인 것 등이 생각난다”며 웃었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만 그만큼 사회와 플라스틱업계에 많은 흔적을 남긴 것 같다는 이 회장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는 경영권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결단’이라는 운영 노하우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결단, 정의로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결국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자 성공비결이다. 그는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기업은 결국 망하게 돼 있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먹고산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사이몬은 최근 해양구조물 사업, 합성 목재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내가 사업했던 스타일과 다르지만 (아들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회사를 잘 경영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4월 17일 검도 8단 승단을 준비 중이다. 7단을 딴 뒤 10년 이상 수련을 해야 8단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기며, 자격 조건을 충족해도 100명 중 1명가량 승단에 성공할 만큼 어려운 과정이다. 이 회장은 “승단 시험과 재단 사업 모두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4월이 되길 소망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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