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황 분출…月250회 지진…암벽균열…칼데라 융기…나무 고사
2000년이후 곳곳 전조현상“4~5년내 터질수도” 우려감
北 1970년대 연구수준
“공동지질조사 절실”
전문가들 한목소리
최근 몇 년간 ‘백두산이 4~5년 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섣부른 걱정”이라면서도 “백두산은 활화산이며 현재도 크고 작은 분화활동을 하고 있다”며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은 인정했다. 실제로 2000년대에 접어들며 백두산의 폭발 전조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회담을 ‘정치쇼’로 끝내지 말고 공동지질조사가 반드시 성사되도록 양측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산가스 이산화황 분출 모습 위성 영상 포착=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난 5일 국회 환경포럼에서 “지난해 11월 7~8일 유럽의 기상위성(METOP) 영상에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 (화산가스인) 이산화황이 분출된 모습이 촬영됐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백두산 지하에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던 마그마방(magma chamberㆍ다량의 마그마가 모여 있는 지하의 마그마 저장소)의 압력 변화로 인해 마그마에 녹아 있던 이산화황 성분이 분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백두산 인근의 잦은 지진과 이에 따른 천지 암벽 균열=2002년 이후 백두산 일대에는 한 달에 250여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2년 6월 중국 지린 성 왕칭 현 지하 566㎞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 이후 백두산 일대 지진이 급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03~2005년에는 월 최대 270회에 달하는 지진이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진앙이 밀집돼 나타났다. 이로 인해 암벽 균열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지하 암반에 틈새가 생기고 그 사이로 천지에 담긴 20억t의 물이 흘러내려 지하 마그마와 만날 경우 초대형 화산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천지 칼데라 7㎝ 융기 등 백두산 지표 상승=잦은 화산성 지진에 의해 2002~2005년 백두산 천지 칼데라 호수 주변 지형이 7㎝가량 융기됐다. 윤성효 교수와 이정현 부산대 과학교육연구소 교수 공동연구팀이 지난해 중국 위성항법장치(GP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02년 8월부터 1년 동안 천지 북쪽 지형이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45∼50㎜ 이동하기도 했다. 지표의 상승은 화산이 분화하기 전 지하에 있던 마그마가 상승하면서 압력이 낮아지고 팽창하기 때문이다.
▶말라죽는 나무=2004년 백두산 일대 지하산림의 나무들이 원인불명으로 말라 죽은 것이 관찰됐다. 백두산 천지 칼데라 주변 암석 틈새를 따라 화산가스가 분출해 주변 수목이 죽고 있다는 학자들의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뱀떼의 이동=이 외에도 과학적 입증은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백두산 인근 지린 성 바이산 시와 잉청쯔진을 잇는 도로 5㎞ 구간에 수천마리의 뱀떼가 출현한 것을 두고도 대지진 및 화산폭발의 전조현상이라는 풍문도 있다. 뱀떼가 출현한 지 하루 만에 인근 지역에선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두 차례 발생했다.
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공동 지질조사가 필요하다. 백두산에 직접 가서 화산재가 어떻게 쌓였는지, 각층들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분출기록이 어떻게 남아있는지 등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북한의 화산연구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1970년대 수준이다. 동의원소연대측정기 등 정밀기계가 없어 정확한 연구가 불가능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백두산 화산분출 역사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