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법조인의 사회적인 기능과 역할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때는 법조인이 단지 멋있는 직업이라는 생각만 했었고, ‘모래시계’ 등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을 보며 어렴풋이 법조인에 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중학교가 되어서 저는 법조인의 기능과 역할이 적극적으로 사회를 정의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법학계에 입학한 큰형과 작은형이 들려준 법조계 이야기와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리에 대한 사법 처리 과정이었습니다. 이때서야 단지 멋있게만 보이던 법조인이 저에게 현실적인 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삼 형제가 같이 법조인이 되면 사회에 나가서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소박한 희망도 갖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도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게 되어 그 꿈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로스쿨이 있지만 제가 대학을 다니던 때는 사법시험만이 법조인이 되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후부터 형들의 조언을 듣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 3차 시험과정
사법고시는 총 3차의 시험이 있습니다. 1차 시험은 헌법, 민법, 형법(소위 기본 3법), 선택과목으로서 경제법, 노동법, 국제법 등 중에서 한 과목을 선택하여 총 4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사법시험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학과목 35학을 이수하고, 토익 700점 이상 등 일정의 어학자격을 얻어야 합니다. 1차 시험은 보통 2월 말에 있습니다. 1교시는 헌법과 선택과목, 점심 식사 후 2교시는 형법, 3교시는 민법을 봅니다. 기본 3법은 40문제에 70분을 보고 선택과목은 20문제이고 모두 객관식 시험입니다. 합격자 발표는 4월에 있습니다.
1차 시험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모의고사 경험을 통해서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연습하여야 합니다. 2차 시험은 1차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자격이 주어지며 6월 말 4일에 걸쳐서 있습니다. 과목은 헌법, 민법, 형법과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상법, 행정법 (소위 후4법) 총 7개입니다. 형식은 논술형으로 2시간씩 A3 2장 분량을 채우는 시험을 치릅니다. 합격자 발표는 10월 중순경에 있습니다. 3차 시험은 2차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자격이 주어지는데 11월 중순쯤에 있습니다. 형식은 개별면접과 집단면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통 반나절에 다 끝납니다.
학원은 다니지 않았어요
보통 대부분은 학원 과정을 따라갑니다. 1차 시험은 학교에서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도 2차 시험은 신림동에 들어와 학원과정을 많이 따라가게 되죠. 학교에서 준비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학원의 동영상 강의를 듣고 그 진도에 맞춰 공부합니다. 그것이 일반적인데 저는 학원 과정을 따라가지 않고 혼자 도서관에서 준비하였습니다. 물론 장단점이 있겠지만, 반드시 학원을 다니며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먼저 사법고시에 합격한 두 형이 가이드를 해줘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혼자 공부하다 보니 조금 외로웠다는 것이었는데 이 또한 같이 공부를 한 작은형과 친구들이 있어서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특별한 슬럼프는 없었지만 2007년도 1차 시험을 근소한 차이로 떨어졌을 때 조금 힘들었습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하지요. 저는 그것을 오히려 자성의 기회로 삼았기에, 다음 해에 1차에서 좋은 성적, 그리고 그 다음해(소위 재시)에서 만족할 수 있는 성적으로 합격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에 불합격이란 누구에게나 충격을 줄 수 있고 이것이 곧 슬럼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 해 더 좋은 성적으로 붙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실패는 슬럼프가 아닌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합격이 된 후에
3차 시험이 끝난 후 11월 말에 최종합격자가 발표됩니다. 그 이후에는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가기도 하고,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인간관계를 쌓기도 하고, 연애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저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마지막 대학생활을 즐기면서 지냈습니다.
연수원은 법조인으로서의 실무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총 2년의 과정인데, 1년 차에는 일산에 있는 사법연수원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실무교육을 받습니다. 1학기, 2학기에 시험이 있습니다. 연수생 신분으로서 동기들을 만나게 되고 서로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2년 차에는 일산의 사법연수원을 떠나 서울과 지방에서 법원, 검찰, 변호사 시보라고 하는 실무연수를 받습니다. 이 때 각 직역을 직접 경험해 보기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각 2개월씩 6월까지 이루어지고 7월에는 전문기관 연수가 2주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4학기 보통 10월 정도에 마지막 시험을 보고 2년간의 연수생활을 마칩니다. 물론 수료는 그 다음해 1월에 있습니다.
강호동 같은 체력과 건강한 정신이 필요
법조인은 건강해야 합니다. 체력 없이는 많고, 중요한 일들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윤리적으로 건강해야 많은 사건을 슬기롭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합니다. 사회의 법률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법조인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용기와 담대함이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보니 많은 유혹이 있습니다. 그 때 용기가 없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나 사회정의에 반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용기와 담대함은 법조인이 가져야 할 소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치밀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치밀함이 없다면 방대한 사건과 기록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준비 시에 밀려오는 회의에 대하여
고시나 시험은 수험생들을 잠시 사회와 격리시키게 됩니다. 친구들에게도 소홀히 하게 되어 떠나는 친구들도 생기고 연인한테도 소홀해 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힘들기도 하고 외로운 과정이라서 종종 이 시험에 대한 회의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과 소신을 가지고 준비하여 합격한다면 잃어버린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법시험은 어려운 시험인 것은 사실이지만 희망과 자신감 그리고 절제를 가지고 준비한다면 이 영역에 뛰어든 사람들은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공부방법을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서 이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혼자서 공부해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확인하고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비록 당장은 힘들지만 1년 혹은 2년 후에 꿈을 이룬 모습을 그리시면서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물론 그 기초에는 체력이 가장 중요하니 건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고시를 준비하는 모든 분이 후회 없는 고시생활을 하기를 기원합니다.
1. 자신만의 공부방법을 터득했던 것
2. 슬럼프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
3. 체력관리를 잘 했던 것 (등산)
4. 먼저 합격한 두 형의 가이드를 잘 따랐던 것
5. 꿈을 이룬 모습을 그리며 의지를 굳건히 한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