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격 추이와 달리 국내 휘발유 가격이 159일 동안 쉼없이 오른 배경을 두고, 정유업계와 주유업계는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정유업계는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상폭이 2008년 7월에 비해 훨씬 더 한 것은 환율, 세금 외에 ‘통계의 착시’ 때문이라는 다소 아리송한 답을 내놓는다.
즉,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오피넷)에 공개되는 주유소 판매가격은 평균가격으로 실제 주유소 마다 재고량, 대리점 입고가, 포인트 등 서비스 품질 등 거래와 판매 조건이 예전에 비해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간 단위로 공개하는 정유사 공급가는 국내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동안에도 국제석유제품가격과 마찬가지로 등락을 거듭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주유소 업계에선 정유사의 공급가 상승폭 만큼 소비자 판매가에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오피넷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2월 다섯째주부터 3월 첫째주까지 10주간 주간 평균으로 정유사 공급가는 5.49% 올랐지만, 같은 기간 주유소 판매가는 이보다 약간 적은 4.07% 올랐다.
주유소들은 또 카드수수료가 기름값 상승을 부채질 한다고 지적한다. 주유소협회는 세금을 포함해 최종 소비자가에 붙는 카드수수료(1.5%)를 1%로 내리면 연간 2000억원의 소비자 부담 경감효과가 발생한다며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불법유통 탈루세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만큼 불법 유사석유 단속도 강화해 달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석유제품의 불투명한 유통 구조가 정부 정책결정자나 소비자에게 혼란을 부추긴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동안 정부가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폴사인제’ 폐지, 정유사 공급가 공개 등의 유통구조 개선 대책들은 백방이 무효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입장에선 제품을 구매하는 정산금액을 그 날자로만 알 수 있다면 판매가를 조정할 수 있을텐데, 정유사는 일단 기름을 준 뒤 1주~한달 뒤에 기준가를 통보해주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는 기조에서 기름값을 미리 낮춰 팔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폴 주유소와 달리 일반 폴사인 주유소는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맺고 있어 현실적으로 더 싼 곳의 기름을 들여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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