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해박한 국내외 금융 노하우와 인맥에 놀라고 국제수준인 ‘입담’에 또 한번 놀란다.
공직생활 30년 동안 자가용이 없다는 사실에 또 그를 다시 보게 된다.
곧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현 정부 들어 꼬박 3년을 채운 역대 최장수 1급이라는 꼬리표를 마침내 내려놓게 됐다.
행정고시 24회로 재무부에 첫발을 들인 뒤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주저없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통화스와프 체결을 꼽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날 안전판이었던 한ㆍ미, 한ㆍ중ㆍ일 통화스와프 체결의 막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1/03/18/20110318000401_0.jpg)
아울러 주요 20개국(G20) 차관회의를 주재하며 코뮈니케 작성을 주도, 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밑거름이 됐다.
오랜 국제사회 경험으로 국제인맥이 두텁다.
클레이 라우리 전 미국 재무부 차관보와는 지금도 연락하는 사이며, 리용 중국 재정부 차관은 한국 부인을 맞이한 아들 결혼식 때 축하 화환을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 재무차관을 역임한 시노하라 나오유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와는 통화스와프와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화체제(CMIM) 분담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애증이 교차한 사이로 지금은 매우 친하다고 전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금융분과장으로 맹활약해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로부터 ‘4명의 최고 협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의 타고난 유머는 고비 때마다 통했다.
리먼 사태 여파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당시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워싱턴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손을 잡고 “스와프가 필요하다(We need swap)”고 했을 때 순간 분위기가 굳어지자, 신 내정자가 “아내를 바꾸는 스와핑은 아니다(Not wife swap)”라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KBS의 ‘개그콘서트’는 해외 출장 때도 꼭 본다고 귀띔했다.
이런 친화력으로 그의 주위엔 늘 사람들이 모인다. 직원들이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단골이다.
한편으론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란 사실에 자부심이 크다. 재무부 출신의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와는 호형호제 사이다.
그는 사실 국내금융에서 잔뼈가 굵었다.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등을 맡아 금융정책 전반을 다뤘다. LG카드 매각 등 ‘카드 사태’를 수습했고, 대우 부도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종종 부인(이진주 씨)과 함께 버스를 타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고유가 시대에 좋지 않나요?”라며 싱긋 웃었다.
그는 “국제금융은 군 생활과도 비슷해 평상시 훈련이 잘 돼 있어야 위기 때 빛을 발한다”면서 “부채는 위기 땐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으니 단기든, 장기든 적을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김형곤 기자/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