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위기는 블랙 스완처럼 나타난다
대지진과 해일만으로도 참혹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선 유출 사태까지 확대되면서 일본의 재앙은 그 정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발전 모범국으로 손꼽히는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 사태’는,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촉발되었으나 이후 일본 정부의 미흡한 대처능력으로 더욱 악화시킨 측면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의 진행상황을 적시에 알리지도 않았고 정확한 진단을 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본의 원전 사태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교훈은 위기가 블랙 스완처럼 일어난다는 것이다. 18세기 호주에 진출했을 때 서구인들은 처음으로 블랙 스완을 발견했다. 그전까지 백조는 흰색뿐이라고 생각했던 서구인들에겐 충격이었다. 확률, 불확실성, 지식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나심 탈레브는 백조는 흰색이라는 일반적인 통념에 사로잡혀 있으면 블랙 스완의 존재를 예상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블랙 스완은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며,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사건이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나심 탈레브는 일반적 통념, 과거의 경험 등을 토대로 판단하면 블랙 스완처럼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할 수 없어서 더욱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전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원전은 에너지원으로서의 장점, 즉 낮은 비용, 높은 효율성, 그리고 낮은 탄소배출량 등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다시 각광받기 시작하고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 물질을 배출한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원전이 고유가 및 저탄소에너지원 등의 이유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유망주로 등장한 것은 ‘100%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가정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일본 사태로 원전과 관련, 절대 안전이란 있을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지진 발생 5시간이 지난 시각에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원자로의 냉각기능에 이상이 생겼지만 현재로선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방사능 유출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냉각수 전원장치가 고장 났음에도 불구하고 수리가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그래서 원자로에 물을 부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세슘 유출이 보도되었고 원자로 폭발이 이어졌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비상대책이 필요했던 시점이었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거듭하다 실기했다. 과거의 경험과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건 발생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작은 전조를 무시함으로써 이 같은 실수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일본 원전 사태를 보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올바른 대응법을 고민하고 수립해야 한다. 원전과 같이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일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방식에 대해 폭넓은 점검이 있어야 하며, 그에 바탕한 매뉴얼 등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돌발상황 및 예상치 못한 희귀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작은 전조에도 예민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는 ‘블랙 스완’처럼 예상치 못하게, 그러나 벼락같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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