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홍대앞 인디 뮤지션에도 담백하고 어쿠스틱한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음악들이 호조를 띠고 있다. 최근 홍대 인디신에서 부상하는 인디밴드인 10㎝(십센치)는 ‘제2의 장기하’로 불린다. 이들이 내놓은 첫 정규앨범 ‘1.0’에는 소박하고 일상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어쿠스틱 포크계열의 노래들이 꽤 수록돼 있다. 11일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그게 아니고’와 ‘아메리카노’ 등을 불렀는데, 관객석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앵콜’을 외치고 있었다.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의 기타리스트 염승식이 조이엄(Joyumn)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솔로음반 ‘흐르른다’는 밴드때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서정성으로 인해, 어쨌든 ‘제 2의 김광석’으로 떠올랐다. 홍대 인디신에서 ‘제2의 장기하’와 ‘제 2의 김광석’이 나오는 건 일단 반가운 현상이다.
권정열 윤철종 2인 밴드인10㎝가 이 정도까지 올라오기에는 정말 많은 고생이 함께 했다. 고교 1년 선후배 사이로 고향인 구미에서 고교시절부터 밴드를 함께 한 이들은 2008년 무일푼으로 상경했으니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재기발랄한 음악적 감성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제법 유명해졌지만 이전부터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 정기 공연 ‘언아더 플레이스’를 홍대 주변에서 열고 있다. 공연 제목처럼 매달 장소는 바뀐다. 물론 100석 내외의 소규모 공간이다.
보컬 권정열은 “영어학원 세미나실에서 공연을 연 적이 있고 쌀국수집에서 ‘디너쇼 형식’으로 공연을 한 적도 있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관객은 쌀국수를 먹으면서 십센치의 음악을 듣는 디너쇼, 이거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