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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를 통해 인문학을 듣다
우리 사회 활동 중인 지식인의 스펙트럼

현재 우리 사회에서 활동 중인 지식인층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을 보자면, 대부분 1980년대를 전후해 대학을 거쳐 간 세대와 그 이후(1990년대~2000년대) 대학을 졸업한 이후세대가 현직에서(학계이든, 일상적인 삶의 현장이든) 활동 중일 것이다.


인문학에 대한 죽음이 거론된 지 오래되었고,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멀어졌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 내에서 인문학과 철학에 대한 논의와 관심 및 학습에 대한 열기는 남아있었다.


현재는 대학에서든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든 그러한 철학과 인문적인 공부와 태도는 자취를 많이 감추어버려서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학계와 연구자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흔적과 이야기들을 간혹 들려주기도 하며 이야기 꾸러미를 꾸려서 새로운 책들을 발간하고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준다.


<인터뷰 한국인문학지각변동>(그린비,2011)도 그러한 책들 중 하나이다. 15명의 중견 인문학 연구자들을 386후반세대 연구자들이 인터뷰 형식으로 대담하여 선배학자들의 연구결과와 인문학적지평을 요약하고 정리 후 현재와 연관시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386후반세대 연구자들의 대담을 실어 인문학의 과거와 현재 진행 중인 삶의 현장에서의 연구자로서 인문학에 대한 입장과 생각들을 토론하고 이야기한다.


현재 최근 대학 입학한 20대들에게는 무척 생소하고 현장감 없는 이야기일 것 같은 내용일수 있으나, 30대초중반이후의 1990년대 중후반 학번 대학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그래도 제목이나 연구자들의 이름, 책속의 주제와 연구대상에 대한 기억과 회상은 남아 있을듯하다.


과거 대학생활을 경험후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생활인들에게는 과거의 아련한 대학시절 추억의 회상으로 남아 있을 터이지만, 이 책속에서는 그러한 과거의 화두와 모습, 토론되었던 이야기와 주제들의 잔상이 고스란히 자세히 남아 있다.


꼭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인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와 우리인문학의 모습과 양태 그리고 과거의 진행되었던 모습과 그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인문학에 대한 조망과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다시금 인문학을 통한 삶의 참고와 사회의 발전에 대한 생각과 변화를 꽤하는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책속에 우리나라 인문학의 여러 이야기와 모습이 나오지만 몇 가지만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학문적 성실성보다는 정치적 급진성을 우선시하는 오래된 나쁜 습성,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만 듣고,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무책임한 언론매체, 그리고 이런 저널리즘의 천박함에 편승해서 명망이나 얻으려는 소위 지식인들,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김철,41쪽)


“식민지의 역사를 오로지 저항이니 협력이니, 민족이니 반민족이니, 친일이니 항일이니 하는 따위의 선악 이분법으로밖에는 보지 못하는 사유, 이것이야말로 식민지의 삶이 강요한 피폐한 상상력의 대표적이 사례입니다. 이런 사유로는 피식민자는 절대로 자립적 주체가 될 수 없고, 그러는 한 식민지의 구조는 절대로 깨지지 않죠.”(김철,42쪽)


“‘한계레신문’이나 ‘경향신문’도 저는 문제라고 봅니다. 현실적으로는 개혁을 이끌고는 있지만, 전략과 담론 차원에서는 근본주의적 경향을 재생산하고 반복하는 경향이 큽니다. 이거는 지적으로 게으르거나 고민이 없는 거예요. 과거의 인문학은 보편적이 개념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죠. 그러나 이제는 그런 근본주의는 위험합니다. 이론으로서도 그건 삼류, 사류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김진석,542쪽)


“이론이라는 건 짧게는 백 년 전, 길게는 2천 년 전의 문제들을 다룬 것들이죠. 물론 그 당시엔 그것들도 나름대로 역할을 했습니다만. 점점 구시대적인 이야기가 되는 거죠. 과거의 인문학적 텍스트들은 당시에는 비교적 첨예한 문제를 다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너무나 구태의연한 얘기들이 많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자각이 없이 많은 인문학자들이 고전을 공부하면서 그것으로, 그 기준으로 현재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좋은 말씀’을 지적으로 인용하는 한국적 관습도 그것을 부추기는 거겠구요.”(김진석,543쪽)


“저는 인문학자들 보고 시장 탓만 하지 말라고 자주 말합니다. 우리나라 인문학에는 오히려 필요한 게 제대로 된 시장적이 가치입니다. 그런데 인문학자들은 너무 허구적이 얘기만 합니다. 시장에서 좋은 글 있으면 사 보잖아요. 그런데 인문학자들은 국가의 돈을 요구하고 그 돈 가지고 이상한 짓을 해요.”(김진석,554쪽)


“실제 생활은 바쁘고 빨라서 사람들은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는 거 같아요. 이 점에서는 실용적인 지식도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그걸 더 필요로 해요.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런 실용적 지식이 우선권을 가지고 있어요.” (김진석,562쪽) [시민기자 장재용 hufsbook@korea.kr]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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